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이 9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멕시코·캐나다 3개국이 공동 개최하지만 사실상 미국이 중심인 대회다. 총 104경기 중 4분의 3인 78경기가 미국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도 확률상 미국 본토에서 경기를 치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미국 환경에 익숙한 선수들이 팀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여름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로스앤젤레스(LA)FC로 이적한 손흥민과 세 시즌 동안 미국 무대를 누비고 있는 정상빈(세인트루이스시티)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정상빈은 지난 1일 축구대표팀 소집 전 한국경제신문과 서면 인터뷰에서 “4년여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달게 돼 영광”이라며 “유럽과 미국에서 경험을 더 쌓았으니 처음 발탁됐을 때보다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정상빈은 한국 축구의 미래로 불린다. 프로축구 K리그 수원삼성 유소년팀 출신인 그는 18세이던 지난 2020년 준프로 계약을 맺은 뒤 그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를 통해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이듬해 6월 A대표팀에도 발탁된 그는 스리랑카를 상대로 A매치 데뷔전 데뷔골을 터뜨리며 축구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정상빈은 빠른 발을 활용한 과감한 질주와 침착한 슈팅이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레알마드리드)를 닮았다고 해서 ‘K-음바페’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정상빈은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지난 2022년 1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울버햄프턴으로 이적한 뒤 곧장 스위스 그라스호퍼로 임대되며 유럽 무대에 도전했으나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짧은 유럽 생활을 마친 그는 지난 2023년 3월 MLS 미네소타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뒤 점차 국내 팬들의 시선에서 멀어졌다.
정상빈에게 MLS는 기회의 땅이 됐다. 특히 최근 이적한 뒤 4경기 1골1도움을 기록하며 홍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다. 홍 감독은 9월 A매치 2연전이 미국에서 열리는 만큼 MLS에서 최근 좋은 폼을 보여주고 있는 정상빈을 전격 발탁했다고 했다. 최전방 공격수뿐만 아니라 윙포워드, 윙백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정상빈은 “자신 있는 포지션인 윙포워드나 투톱 공격수지만 전 소속팀에서 윙백으로 많은 경기를 뛴 만큼 어디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오는 7일 미국 뉴저지주 해리슨의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스타디움에서 미국, 10일 테네시주 내슈빌의 지오디스파크에서 멕시코를 상대한다. 정상빈은 “미국에서 세 시즌을 뛰고 있는 만큼 환경 적응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다”며 “월드컵에 나설 기회를 꼭 잡고 싶다”고 강조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