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에 부는 日風…'10년 준비' 세계화 정책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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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근 3개 대회 연속 우승 경쟁
블루베이 대회선 신인 다케다 우승
JLPGA투어 국제 경쟁력 강화 노력
해외투어 메이저 성적 포인트 반영 등
선수들 해외 진출 적극 장려 큰 힘
시즌 초 신인상 랭킹 1~3위 휩쓸어
신지애 “美무대 도전, 문화로 정착”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데뷔한 일본 신인 다케다 리오가 지난 9일 중국 하이난성 젠레이크 블루베이GC에서 열린 블루베이 LPGA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데뷔한 일본 신인 다케다 리오가 지난 9일 중국 하이난성 젠레이크 블루베이GC에서 열린 블루베이 LPGA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일풍(日風)’(일본선수 돌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일본 선수들이 최근 3주간 아시아 지역에서 진행된 LPGA투어 ‘아시안 스윙’에서 3개 대회 연속 우승 경쟁을 펼치면서다.

지난 9일 중국 하이난성 젠레이크 블루베이GC(파72)에서 끝난 LPGA투어 블루베이 LPGA에서 일본의 신인 다케다 리오(22)가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2위 이민지(호주)를 6타 차로 크게 따돌리고 우승했다. 또 다른 신인 야마시타 미유도 공동 8위를 기록하는 등 무려 5명의 일본 선수가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한때 한국 군단의 우승 텃밭으로 불리던 아시안 스윙이 올해는 일본 선수들의 경쟁력을 확인한 무대가 됐다. 직전 대회인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선 후루에 아야카가 공동 2위에 올랐고, 2주 전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선 올 시즌 데뷔한 이와이 아키에가 우승자 에인절 인(미국)을 1타 차까지 쫓는 명승부를 펼친 끝에 준우승을 거뒀다.

자국 투어 강화로 성과

일본 여자골프가 LPGA투어에서 두각을 나타낸 건 지난해부터다. 일본 선수들은 지난 시즌 한국과 같은 3승을 합작했다. 그런데 내용 면에선 일본이 우위에 있다. US여자오픈(사소 유카),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후루에) 등 5개 메이저 대회 중 2승을 챙겼다. 아울러 최저타수상인 베어 트로피(후루에)와 신인상(사이고 마오)도 일본 선수들의 차지였다.

한때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일본 여자골프가 최근 급성장한 건 2013년부터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가 시행하고 있는 투어 강화 정책의 결실이라는 분석이다. 2011년에 취임한 고바야시 히로미 JLPGA 회장은 투어 대회 수 확장(현 37개), 4일 대회 증설, 대상 포인트·리랭킹 제도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투어의 경쟁력 강화를 이끌었다.

고바야시 회장이 가장 공을 들인 것은 JLPGA투어의 세계화다. 2부인 스텝업투어부터 다양한 국적의 선수가 참가할 수 있게 일찌감치 문호를 개방했고, 일본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독려했다. 1985년부터 JLPGA투어에서 뛰었고, 현재 신지애(37) 등 한국 선수들의 일본 정착을 돕고 있는 김애숙 KPS 대표는 “JLPGA투어는 해외 메이저 대회 성적을 포인트로 반영시키는 등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며 “어린 선수들을 적극 발굴해 경쟁력 있는 선수로 성장시킨 것도 10여 년 만에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돌풍은 이제 시작

일본 여자골프가 LPGA투어를 휩쓸 날이 머지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12월 LPGA 퀄리파잉(Q) 시리즈를 통해 무려 5명의 선수가 LPGA투어 시드를 획득했는데, 이들 대부분이 올 시즌 신인상 랭킹 포인트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JLPGA투어와 LPGA투어가 공동 주관한 토토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시드를 획득한 다케다가 1위(293점)를 질주하는 가운데, 야마시타가 2위(155점), 이와이가 3위(80점)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순위권에 이름을 올린 윤이나(22)는 8위(17점)에 머물러 있다.

2014년부터 JLPGA투어에서 뛰면서 28승을 쌓아 올린 신지애는 “JLPGA투어의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선수층이 두터워졌고, 경쟁 체제를 통해 과거 한국 선수들처럼 악바리 근성도 생겼다”며 “무엇보다 JLPGA투어 상위권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LPGA투어에 도전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게 일본 여자골프의 가장 무서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국 선수들은 해외로 잘 나가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다른 나라 선수들이 성장할 때 오히려 후퇴하는 느낌이 들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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