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공항'의 미래, 조종사 양성 시스템이 중요하다 [이호진의 공항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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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7.23 15:49 수정2025.07.23 15:50

'K공항'의 미래, 조종사 양성 시스템이 중요하다 [이호진의 공항칼럼]

전 세계 하늘길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남긴 상흔은 치유됐고, 항공 수요는 이전보다 더 빠르게 치솟고 있다. 여행과 출장 수요가 되살아나고, 여객기 운항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대한항공도 연말까지 경력조종사 수시채용공고를 내고 인력 충원에 나서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40년까지 항공 수요가 8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2023년 대비 두 배 수준이다.

반면 조종사는 심각하게 부족하다. 숙련된 조종사들이 조기 퇴직했기 때문에 인력 공급은 부족한 상태다. 인력은 돌아오지 않고, 양성할 시스템은 준비돼 있지 않다. 세계 항공업계는 이미 조종사 확보전에 돌입했다. 미국 주요 항공사에선 조종사 평균 연봉이 30만 달러에 육박하고 글로벌 스카우트 전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보잉은 2043년까지 47만 명 이상의 조종사가 새롭게 필요하다고 예측한다.

조종사는 더 이상 특별한 직업이 아니라, 전략적 자산이 됐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조종사 양성은 어떨까. 답답하게도 우리는 지금 조종사 지망생들을 지치게 만들고 있다. 양성 시스템은 제자리에 머무르고 훈련 환경은 구조적 한계에 갇혀 있다. 조종사 인력을 배출하는 국내 항공운항학과는 4년제 대학이 12개교에 달하지만, 실제 훈련은 극히 제한적이다. 훈련 공항은 부족하고, 공역은 포화 상태이며, 기상과 군 공역과의 충돌로 교육 일정이 번번이 지연된다.

대표적인 예가 무안국제공항이다. 여러 대학과 민간 기관이 훈련을 함께 진행하지만, 슬롯은 부족하다. 민항기 스케줄과 겹치고, 군 공역과 충돌한다. 날씨는 훈련을 자주 방해한다. 광주공항의 이전까지 겹치면 무안공항은 더 이상 훈련 기능을 지속하기 어렵다. 훈련기가 줄지어 서 있어도 하늘로 뜨지 못하는 날이 많다. 자격증 취득은 미뤄지고, 항공사 입사 일정은 지연되며, 국가 항공 인력 수급에는 균열이 생긴다.

이는 특정 대학의 문제가 아니다. 청주공항을 이용하는 한국교통대 역시 군 공역 문제로 관제 제한을 빈번히 받는다. 전국 어디를 보더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제는 구조를 바꿔야 할 때다. 조종사 부족은 누구나 예견하고 있는 문제지만, 정작 훈련을 위한 활주로와 하늘은 준비돼 있지 않다.

해결책은 분명하다. 첫째, 훈련 전용 공항과 공역을 확보해야 한다. 군 공항 이전 부지를 민·관 훈련기관과 공유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둘째, 공역 분리와 관제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 훈련기와 민항기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이중 공역 체계 도입과 관제 자동화 기술이 필요하다. 셋째, 해외 훈련 과정 확대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 호주 등은 넓은 공역과 좋은 기상 조건을 갖추고 있어 훈련에 적합하다. 다만, 정부 차원의 제도적 인증과 관리가 전제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항공정비·운항관리·관제 등 전문인력 전체를 포괄하는 국가 차원의 중장기 인력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조종사 교육과정은 단지 한 개인의 진로가 아니다. 국가 산업의 성장 엔진이자 전략 자산이다. 지금도 수많은 예비 조종사들이 활주로 끝에서 대기하고 있다. 활주로에 줄지어 서 있는 훈련기, 조종간을 쥐지 못한 채 대기 중인 수많은 학생을 생각하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항공 경쟁력을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가. 그들의 꿈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하늘을 향한 이륙 준비를 체계적으로 다시 지원해야 할 때다. 이호진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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