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명의 AX(인공지능 전환) 전문가를 키운다.’ 김영섭 KT 대표(사진)가 요즘 가장 공들이고 있는 사업 목표다. 전 직원(1만4000여 명)의 약 43%에 해당하는 규모다. 통신이라는 ‘우물 안 개구리’에서 탈피하기 위해 인재 초석을 다지려는 전략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외국 빅테크에 기업 클라우드 시장을 뺏긴 선례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 AI를 적용하는 AX 시장은 아직 뚜렷한 강자가 없는 ‘블루오션’으로 평가된다.
◇ MS와 AI 교육 협력
1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AX 전문가 집단’을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교육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만들어 현 직원을 AI 전사로 업그레이드하고, AX 분야 경력 직원을 연중 수시 채용해 5800~6000명을 ‘AX 별동대’로 꾸리겠다는 것이다. AI, 클라우드, 정보기술(IT) 사업개발 및 컨설팅, 영업 등에서 능력을 갖췄다면 인원 제한을 두지 않고 뽑을 것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는 “기술, 컨설팅, 마케팅 등 주요 사업에 전진 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KT는 작년에도 신규 인력의 80%를 AICT(AI·정보통신기술) 직무로 뽑았다. KT 관계자는 “사업에 즉시 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실무 역량이 높은 인재를 최대한 확보할 것”이라며 “국내 최대 AX 전문가 집단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생성형 AI 활용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사내 경진대회도 열었다.
전날 KT가 구매 및 협력사 관리 과정을 전면 개선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SW 개발 부문을 AI·IT로 변경하는 등 협력사 풀을 1000곳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 골자다. 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분야 모든 기업이 KT 협력사로 선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 “AX, 뒤처지면 답 없다”
김 대표는 평소에도 임직원에게 ‘AX에 회사의 명운이 달렸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이라는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야 KT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KT는 지난해 6월 MS와 AI·클라우드 협력을 맺었다. 양사는 앞으로 5년간 2조4000억원을 공동 투자해 한국형 AI 모델·서비스 개발, 한국형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 AX 전문기업 설립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글로벌 시장 동반 진출도 계획 중이다.
AX 시장엔 클라우드 분야 최강자인 AWS를 비롯해 글로벌 빅테크들도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팰런티어가 대표적인 사례다. 팰런티어는 AI 시대에 데이터 관리와 보안이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면서 지난해 1년간 주가가 340% 올랐다. MS, IBM, 구글 등도 주요 경쟁사다. 테크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클라우드 시장도 누가 효율적으로 AI 전환을 도와줄 수 있느냐의 싸움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KT와 같은 국내 MSP(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전문 기업)는 AX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또다시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최근 AX 중심으로 조직을 재정비하고 관련 서비스 개발, 투자에 힘을 쏟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조직개편에서 7대 사업부 중 4곳을 AI 관련 조직으로 바꿨다. LG유플러스는 ‘AX 컴퍼니’라는 구호를 내걸고 최고기술책임자(CTO) 직속으로 ‘에이전트·플랫폼 개발랩’을 배치해 AI 관련 신규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