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의료기기, 중동 오일머니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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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국제 치의학 콘퍼런스’에서 참가자들이 디오 임플란트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디오 제공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국제 치의학 콘퍼런스’에서 참가자들이 디오 임플란트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디오 제공

중동 내에서 한국 의료기기의 입지가 커지고 있다. 2021년 이후 지난해까지 4년 만에 국내 업체의 대(對)중동 의료기기 수출 규모가 두 배 수준으로 커지는 등 ‘K의료기기’ 열풍이 부는 움직임이다. 높은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동 오일머니를 사로잡은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 아랍헬스에서 417만달러 계약

K 의료기기, 중동 오일머니 사로잡았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2026년 39억5000만달러(약 5조7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인구가 급증하고 정부가 의료 인프라 발전에 힘쓰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 국가들은 의료기기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 업체가 중동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지난달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의료기기 전시회 ‘아랍헬스’에 리메드, 라메디텍, 뷰노, 메디웨일, 뉴로핏 등 국내 의료기기 업체가 총출동했다. 이 자리에서 라메디텍은 피부질환 치료기기 케어빔의 중동 중대형 유통사를 확보했다. 보건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은 아랍헬스에서만 40여 개국의 파트너사와 417만달러 규모 수출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이 밖에도 이달 진단 의료기기 전시회 ‘메드랩’과 치과 의료기기 전시회 ‘UAE 국제 치의학 콘퍼런스’가 열렸다. SD바이오센서, 엔젠바이오, 수젠텍 등이 메드랩에 참가해 기술력을 선보였다. 수젠텍 관계자는 “이틀간 1000명 넘는 참관객이 방문해 제품에 큰 관심을 보였다”며 “50개 이상의 거래처와 본격적인 유통 계약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미용 의료기기의 중동 진출도 활발하다. 미용 의료기기는 중동의 문화 개방으로 K뷰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수혜를 보고 있다. 미용 의료기기 업체 원텍은 지난해 11월 주력 제품인 올리지오를 두바이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추가 6개 제품의 인허가를 획득했다. 이 회사는 두바이를 거쳐 인근 중동 국가에서도 판로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중동 국가들이 잇달아 정부 주도 사업으로 ‘스마트 병원’ 설립을 진행하자 루닛, 딥노이드 등도 인공지능(AI) 의료기기도 납품했다.

◇ 중동 뚫고 유럽·아프리카까지

중동 내에서는 K의료기기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쿠웨이트 등 4개국의 한국 의료기기 수입액이 2021년 4212만달러에서 2024년 7920만달러로 4년 만에 약 88% 증가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중동 지역은 소득이 높고 구매력이 큰 만큼 고품질 의료기기를 선호한다”며 “한국 의료기기가 품질이 높으면서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 중동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산 의료기기 기피 현상이 생긴 것도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의료기기 업체도 중동 시장에서 매출을 키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동 지역은 아직 대부분 의료기기를 미국과 유럽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에 K의료기기의 시장 점유율을 높일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중동 지역을 통해 주변 유럽, 아프리카 국가 등으로 판매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다.

다만 진입장벽이 낮지 않다. 국내 한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의료기기를 등록하려면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먼저 허가받아야 한다”며 “미국 등에 수출하는 업체는 중동 지역에서 손쉽게 인허가를 받을 수 있지만 신생 업체가 곧바로 중동 시장에 진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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