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F 스타트업 이야기] 〈65〉식빵 시간론:아직 구워지는 중인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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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룡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상임이사(CFP)함성룡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상임이사(CFP)

우리는 누구인지, 무엇이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지, 과학만으로는 모두 설명할 수 없다. 한때 염색체 개념조차 없던 시절, 인간은 단지 생김새와 역할로만 성별을 구분하지 않았다. 지금보다 경계가 흐릿했던 그 시대엔 제3의 성도 낯설지 않았고, 각자의 존재 방식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모호함 속에서도 사람들은 함께 살아갔다. 그리고 그 모호함은 오히려,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는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호함이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 하였고, 호기심은 우리에게 명확함이라는 결과를 도출하게 하였다. 그리고 이 명확함이 '정답이다'라고 말하면서 우리는 틀림과 다름을 만나게 된다. 이렇게 마주하게 되는 다름과 틀림이 갈등을 더 키워 왔다.

그렇다. 우리는 종종 하나의 정의로 누군가를 판단하고, 하나의 사건으로 삶을 단정 지으려 한다. 마치 식빵의 첫 조각만을 보고 전체 맛을 상상하는 것처럼. 그러나 그 조각은 단지 조각일 뿐이다. 누군가에게는 부드러운 중심이 남아 있고, 누군가에게는 이미 바삭하게 구워진 끝자락만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삶의 가장자리에서 태어나, 한 번도 중심을 맛보지 못하고 살아가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인생 초반에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라고, 또 어떤 사람은 시작부터 찬바람 부는 삶의 구석에 내몰린다. 겉모습만 보면 같은 식빵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온도도, 질감도, 누군가의 손길이 닿은 기억도 모두 다르다. 그 결이 다르다는 사실을 모른 채, 우리는 쉽게 판단한다. 지금의 모습만으로 누군가를 잘라 말하고, 지금의 한 장면만 보고 그 사람을 다 안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조심스러워야 한다. 지금의 한 장면이 누군가의 전부가 아님을 기억하고, 그 장면 뒤에 쌓인 수많은 시간과 사연을 상상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어떤 시간들을 지나왔는지, 어떤 방식으로 잘려나가며 지금의 모양이 되었는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말하지 못한 시간을 함께 짚으며, 서로 다른 배경과 결이 만날 수 있도록 말이다.

이렇게 연결이 쌓일 때, 비로소 '하나의 반죽'처럼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과정은 참여자 각자의 위치에서 리더가 되어가는 과정이어야 하고, 조금씩 '우리 자신'이라는 맛을 만들어 가야한다.

“당신의 과정을 이해하고 싶습니다”라는 조용한 선언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함께 간다는 것은 때론 설탕을 뿌려도 쓰게 느껴지고, 아무 맛도 없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모든 과정이 모여, 지금의 우리를 만든다. 지금 당신이 먹고 있는 삶의 조각도, 사실은 오랜 시간 반죽되고 발효되고 구워진 결과다.

그러니 지금의 나를 너무 단단하게 고정하지 말자. 지금의 타인을 너무 쉽게 잘라 말하지도 말자. 모두가 같은 반죽에서 태어났지만, 누구는 불 앞에서 더 오래 버텼고, 누구는 설탕보단 소금을 더 많이 맞았다. 온도도 다르고, 칼날도 다르고, 쌓여온 기억의 결도 다르다.

그 다름을 '이해하려는 시도'에서부터 존중은 시작된다. 존중은 동의가 아니다. 같은 모양이 되라는 명령도 아니다. 존중은, “당신의 삶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나'는 이해하려고 합니다”라는 조용한 약속이다. 그 약속이 있을 때, 우리는 더 단단해질 수 있고, 더 따뜻해질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로부터 시작된 미션이 끝까지 살아남는 이유다.

함성룡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상임이사(C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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