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F 스타트업 이야기] 〈102〉밀레의 이삭과 모네의 들판, 나눔은 무엇을 남겨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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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사무총장·경영학 박사 학창 시절 미술 시간에 헷갈리던 이름이 있다. 모네, 마네, 그리고 밀레다. 추수 끝난 들판에서 허리를 굽혀 낟알을 줍는 그림을 '모네의 이삭 줍기'로 기억하기도 하지만, 이 작품은 장 프랑수아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이다. 모네가 집요하게 관찰한 들판의 풍경은 1890년대에 그린 '건초더미' 연작이었다. 밀레의 그림 속 세 여인은 추수가 끝난 들판에서 허리를 굽혀 떨어진 이삭을 줍고 있다. 그들의 뒤편에는 이미 거두어들인 풍성한 수확물이 쌓여 있다. 같은 들판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풍요의 결실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남겨진 낟알을 모아야 하는 생존의 현장이다. 화폭에는 고단한 노동의 무게와 그 속에서도 잃지 않는 인간의 존엄이 담겨 있다. 반면 모네의 '건초더미' 연작은 수확한 곡식이 쌓인 들판을 보여준다. 계절과 햇빛에 따라 달라지는 곡식더미는 한 해의 노동이 축적된 결실이자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삶의 기반처럼 읽힌다. 두 화가가 나눔과 자립을 이야기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늘의 시선으로 두 풍경을 나란히 놓으면 하나의 질문이 떠오른다. 우리는 어려운 이웃에게 남겨진 낟알을 나누는 데 머물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다음 계절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까지 함께 만들어 갈 것인가. 우리 사회의 나눔은 오랫동안 도움이 절실한 순간을 지탱해 왔다. 한 끼의 따뜻한 식사와 겨울철 난방비, 위기 가정을 위한 긴급구호는 누군가에게 오늘을 버틸 힘이 된다. 이러한 지원과 돌봄은 앞으로도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나눔이 지속적인 변화를 지향한다면 당장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작은 지역아동센터와 풀뿌리 돌봄 현장에서는 이러한 고민이 더욱 절실하다. 아이들을 돌보고 지역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충분하지만 안정적인 재원과 인력이 부족하면 활동을 이어가기 어렵다. 지원금이 끝날 때마다 다음 사업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에서는 현장의 경험이 조직의 역량으로 축적되기 쉽지 않다. 떨어진 이삭을 줍느라 정작 다음 계절의 밭을 일굴 힘을 기르지 못하는 셈이다. 그래서 나눔에는 또 하나의 역할이 필요하다. 오늘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손길과 함께 내일의 활동을 지탱할 '자립의 사다리'를 놓는 일이다. 작은 조직이 일회성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역사회와 관계를 맺으며, 쌓아 온 경험과 전문성을 다음 활동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당장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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