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급변하는 AI 이직 시장과 인력 순환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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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AI 전환에서 개발자 이직 문제가 커지고 있습니다. 일부 개발자 개인의 이직을 넘어 팀 전체가 대기업으로 옮겨가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만난 제조 AI 지원기관 관계자의 이야기다. 그는 AI 등장 이후 개발자 이직 시장도 매우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기업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구조에선, 대·중·소 AI 빈부격차가 더욱 빠르게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실 중소기업 인력 유출은 AI 분야를 떠나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당연하게도 구직자들은 좀 더 유명하고, 튼튼하며, 급여와 복리후생 등 조건이 좋은 곳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글로벌 AI 빅테크도 개발자를 서로 뺏고 빼앗기는 채용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인력 유출을 막는 것은 한계점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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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개발자가 더 좋은 조건의 직장을 찾아가는 것을 제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들이 더 좋은 곳에서 커다란 커리어를 쌓는 것이 국가적 이득일 수도 있다. 다만, 팀 단위 영입과 같은 사례는 한 회사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는 사안이다. 이직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과 노하우 유출은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가 차원의 AI 전환에도 부정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인프라 및 AI 활용방안 조사'에 따르면 전국 685개 기업 중 AI를 도입한 곳은 대기업 65.1%, 중소기업 35.6%, 중견기업 31.2% 순으로 나타났다. 이미 대기업 쏠림 현상이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원인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AI 인재 풀 때문일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각 후보는 저마다 공격적인 AI 정책과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대책의 시작점은 양적 확대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급변하는 AI 이직 시장 환경을 반영한 인력 순환 생태계 조성도 필요한 시점이다.

AI 개발자가 중소·벤처기업-대기업-글로벌 빅테크로 자리를 옮겨가는 것처럼, 반대로 빅테크와 대기업 개발자가 중소·벤처와 학교에서 그들의 노하우를 나누는 사례도 나와야 한다. 더 좋은 기업으로 이직하며 실무 경험을 쌓은 인재가 새로운 미래 인재 양성에 기여한다면, 국가 AI 인재 풀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인력 유출을 막을 수 없다면 더 빨리 더 많은 인재를 배출하고 이들이 이곳저곳을 누비면서 경쟁력을 키우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AI미래기획수석 신설 등 AI 정책에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한 인프라 확보와 인재 양성이란 두 축과 함께 그 자원을 다양한 곳에 골고루 배치하는 운용의 묘를 기대해 본다.

AI 이직 시장 환경에 대한 점검과 함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예방하는 제도적 안전장치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산업의 허리층인 중소·벤처 AI 인력 문제가 해결되고 순환 생태계가 완성될 때 우리나라 AI 산업도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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