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데이터는 연구개발(R&D)의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국가 R&D로부터 파생된 데이터의 공공데이터화는 AI 연구 활성화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이다. R&D 데이터를 개방하면 연구자들이 기존 데이터를 활용해 연구 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며, 중복 연구를 방지할 수 있다. 이는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분배를 가능하게 한다. 또 공공 R&D 데이터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포함한 산업체에 고품질의 데이터를 제공해 혁신적인 AI 솔루션 개발을 촉진할 수 있으며, 데이터 기반 창업 활성화와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데이터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글로벌 AI 경쟁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미국의 오픈 사이언스 정책, 유럽의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 전략 등 이미 해외 선진국들 중심으로 데이터의 국제 표준이 형성되고 데이터에 기반한 글로벌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3년 제정된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데이터법)' 및 2024년 12월 공표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하 AI 기본법)'을 통해 공공데이터 개방과 활용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정책적 방향을 설정했다. 구체적으로 AI 학습용 데이터의 구축과 제공을 규정하고 국가 차원의 표준화 지침을 마련해 공공데이터의 관리 체계를 수립했다(AI 기본법 제15조 및 공공데이터법 제22조, 23조). 또 공공데이터 포털을 AI 친화적인 환경으로 확장하고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통한 인프라 지원을 명시해 데이터온(DataOn)과 같은 국가 AI 데이터 플랫폼을 확장하고 고도화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했다(AI 기본법 제25조 및 공공데이터법 21조). 여기에 안전한 데이터 공유를 보장하고 AI 시스템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데이터 개방과 개인정보 보호의 균형을 위한 방안도 포함하고 있다(AI 기본법 제31조).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공공 R&D 데이터를 활용한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활성화하고 데이터 기반 연구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 건강한 AI 연구 생태계가 조성된다면 국내 AI 기술 경쟁력은 한층 강화될 것이다.
그러나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데이터는 여전히 기업, 연구자, 시민들에게 접근성과 활용도가 낮은 것이 현실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가 많다. 먼저 데이터가 표준화되지 않으면 분석이나 가공 과정에서 추가적인 정제 작업이 필요하므로 데이터를 AI 학습에 적합한 형태로 구조화하는 표준화가 필요하고 활용 지침이 개발돼야 한다. 또 데이터가 최신이 아니거나 오류가 포함된다면 신뢰도가 떨어지므로 공공데이터의 신뢰성과 품질을 보장하기 위한 데이터 검증 및 품질 관리 프로세스가 마련돼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법 등 데이터 사용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엄격해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도 발생한다. 특히 의료데이터의 경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데이터가 지나치게 비식별화되거나 중요한 속성이 삭제되면 분석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잃게 된다. 또 데이터 개방으로 인한 보안 문제나 책임 부담을 우려한 기관의 소극적인 공개 태도 역시 데이터 활용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반면, 공공 연구 데이터의 과도한 개방은 민간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우려가 있어 단계적 개방 전략과 민간-공공데이터 공유 모델을 통해 균형을 유지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아울러 AI 윤리 지침을 마련하고 연구자들에게 데이터 보안 교육을 제공해 개인정보 유출과 데이터 악용을 방지하는 것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사항이다.
앞으로 AI 기본법 내 공공데이터 관련 조항을 구체화하여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데이터 활용을 촉진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또 데이터의 종류에 따라 개방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법 등 다른 데이터법과 충돌하지 않도록 법적 장벽을 완화하고,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간의 균형을 위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공공데이터 기반의 AI 연구가 활성화되면 우리도 글로벌 AI 경쟁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홍수린 차의과학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변리사 hongsr@c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