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숏폼 콘텐츠는 더 이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만 소비되는 '짧고 재미있는 영상'에 머무르지 않는다. 몇 초 안에 사용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클릭을 유도하며, 구매로 이어지는 전환 중심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위즈아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 기업이 제작한 영상 콘텐츠의 56%가 2분 이하의 숏폼 포맷이었다. 특히 e커머스 산업에서는 '숏핑(숏폼과 쇼핑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짧고 강렬한 콘텐츠가 구매 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소비자의 주목 시간을 극대화하려는 e커머스의 전략적 진화라 할 수 있다. '고객이 이탈하기 전 단 한 번의 순간,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숏폼 콘텐츠는 가장 효과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숏폼이 실질적 구매 전환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이를 담아낼 기술 역시 진화해야 한다. e커머스 상세페이지에서 GIF는 오랫동안 시각 효과를 위한 기본 포맷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256색 제한, 과도한 파일 용량, 로딩 지연 등의 문제로 모바일 중심의 커머스 환경에서는 한계가 분명했다.
실제로 아마존의 테스트에 따르면 로딩 시간이 0.1초만 늦어져도 매출이 1% 감소했고, 월마트는 페이지 로딩 속도를 1초 개선함으로써 전환율이 2% 상승했다. 구글이 2017년 발표한 연구에서는 로딩 시간이 단 0.5초만 늘어나도 평균 구매율이 2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한 것이 MP4 기반의 숏폼 영상이다. MP4 기반 숏폼 영상은 GIF보다 훨씬 선명한 화질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로딩 속도는 12배 빠르고, 에너지 소비는 그 절반 수준이다. 이에 애플 역시 자사 개발자 가이드라인에서 GIF 대신 최적화된 비디오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숏폼 콘텐츠는 단순한 시각적 자극을 넘어 브랜드 메시지를 압축해 전달하고, 고객의 행동을 유도하는 전환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고객 경험 또한 제품 설명을 '읽는' 방식에서 '보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숏폼 콘텐츠는 자사몰과 같은 온드미디어 채널 내에서 새로운 구매 경험을 구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적으로 숏폼 영상을 도입한 브랜드들은 성과를 얻고 있다. 글로벌 애슬레저 전문 기업 '젝시믹스'는 사용자의 스크롤 동선에 맞춰 숏폼 콘텐츠가 자동 재생되도록 구성해 사용자 몰입도를 높였고, 그 결과 메인 페이지 체류 시간도 증가했다. 숏폼 리뷰형 쇼핑 플랫폼 '순샵'은 자사몰 내 내비게이션을 영상 중심으로 재편해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2023년 5월 출시 이후 4개월간 월평균 방문자 수가 55% 증가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이제 e커머스의 경쟁은 제품이나 가격이 아닌 '경험'의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 단 몇 초의 짧은 순간 브랜드는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선택을 유도해야 한다. 숏폼 콘텐츠는 짧은 시간에 브랜드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고 고객 반응을 끌어내는 가장 직관적이고 효과적인 전략이다. 짧지만 강력한 숏폼 콘텐츠는 e커머스의 다음 진화를 주도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김형석 카테노이드 대표 hs.kim@catenoid.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