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질러~!!"
지난 20일 저녁, 강원 춘천 라비에벨 듄스코스 클럽하우스 앞이 거대한 클럽으로 변신했다. 화려한 조명과 인기DJ R2의 선곡이 더해지면서 120명의 골퍼들은 신나게 파티를 즐겼다. 라비에벨 듄스코스가 올 여름 혹서기 기간동안 개최하는 EDM파티 '듄스夜! 댄스야'의 첫 공연이었다.
폭염 속 골프장들이 다채로운 이벤트로 활로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린피 할인 중심이었던 혹서기 이벤트에 콘텐츠와 파격이 더해지면서 골퍼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7~8월은 골프장 최악의 비수기로 꼽힌다. 골프는 그늘 한점 없는 야외에서 최소 5시간 이상의 활동을 해야하는 운동이다. 특히 최근 몇년 사이 여름마다 기록적 폭염과 폭우가 이어지면서 혹서기는 골프장의 '보릿고개'가 됐다. 방문객의 절대적인 숫자가 줄어들지만 잔디 생육과 코스 관리를 위한 비용은 그대로 든다. 골프장들이 혹서기에 다채로운 이벤트로 고객 유치에 나서는 것이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인 이유다.
라비에벨 듄스코스는 젊은 골퍼들을 겨냥해 EDM파티를 기획했다. 가장 인기없는 시간대인 일요일 오후 1시 30분에 샷건 방식으로 라운드를 진행하고, 그날 참가자들 가운데 메달리스트, 신페리오 우승자, 베스트 드레서 등을 시상한다.
오후 7시부터 9시까지는 클럽하우스 앞에서 파티를 연다. EDM파티는 지난해 처음으로 시도됐다. 라비에벨 듄스코스는 이국적인 풍광과 도전적인 코스로 젊은 골퍼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라비에벨 관계자는 "춘천 지역의 특성상 일요일 오후는 귀가시 교통체증 때문에 수도권 골퍼들이 선호하지 않는 시간대인데 아예 한여름을 더 뜨겁게 즐기는 특별한 시간으로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해의 시도가 성공을 거두며 올해도 다시 한번 EDM파티를 열었다.
20일 열렸던 1회 파티에서는 래퍼 키썸이 스페셜 게스트로 나섰다. 20대 골퍼부터 최고 70대까지로 구성된 참가자들은 음악에 몸을 맞춰 신나게 파티를 즐겼다. 이날 최고령 참가자였던 76세 김모씨는 "젊은 친구들과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며 다음달 27일 마지막 EDM파티를 곧바로 예약하기도 했다.
라비에벨 듄스코스의 '듄스夜! 댄스야'는 27일 DJ DOC 김창렬, 8월 10일엔 트로트 스타 박군, 8월 17일엔 1990년대 인기그룹 Ref의 공연으로 이어진다. 특히 Ref가 출연하는 파티는 예약완판에 대기자까지 있다고 골프장 관계자는 전했다.
골프장 측은 EDM파티에 기부로 의미를 더했다. 참가자들은 그린피, 카트피, 캐디피 외에 파티 참가비로 2만원을 더 낸다. 골프장측은 5번의 EDM파티를 통해 모은 파티 참가비에 1000만원을 더해 지역 주민들에게 기부할 예정이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운영하는 경기 안성 베네스트GC는 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썸머 랠리 골프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두달간 예선전을 진행하고, 9월 9일부터 21일까지 결선을 치른다. 챔피언(스트로크)와 챌린저(신페리오)를 선발해 그린피 면제 쿠폰, 최신형 드라이버 등의 선물을 증정할 예정이다.
장마와 기습적 폭우도 골프장의 특별한 이벤트로 활용된다. 가평베네스트GC는 비가 오는 날 18홀을 완주하고 인증하는 골퍼에게 선물을 증정하는 '우주(雨走)최강자'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손님이 줄어드는 혹서기는 골프장이 새로운 시도를 도입해보는 '테스트베드' 기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경기도 포천의 라싸GC는 지난해 7월 강아지를 동반하고 라운드하는 '펫 프렌들리'를 시도했다. 한 팀당 7kg 미만의 반려견 한마리를 동반하고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서비스는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었다. 라싸GC는 현재 '펫 프렌들리'를 연중 상시 서비스로 진행하고 있다.
무더위 속 라운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파격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라비에벨 듄스코스는 다음달 31일까지 기온 30도 이상인 경우 페어웨이에 5인승 카트 진입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한국 골프장에서 페어웨이에 카트가 진입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라비에벨 관계자는 "수년간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더위에 강한 중지(조이시아)가 한여름 무더위는 물론 5인승 카트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