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CJ그룹이 지난해부터 후원하고 있는 한국계 고등학생 아마추어 골퍼 크리스 김(18·잉글랜드)이 프로 전향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지난 5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CJ컵바이런넬슨이 끝난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크레이그랜치(파71)에서 만난 크리스 김은 “복수의 미국 대학으로부터 오퍼를 받은 상황인데, 프로 전향에 대해 부모님과 상의 중”이라며 “조만간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대회장에 함께 온 아버지 김기용 씨는 “최종 목표는 PGA투어 진출인데, 생활권을 옮겨야 하는 문제로 시기를 고민하고 있다”며 “나이 제한이 없는 DP월드투어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2007년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크리스 김은 잉글랜드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유망주다. 한국과 일본, 미국에서 프로 골퍼로 뛴 어머니 서지현 씨의 재능을 물려받은 그는 2년 젼 R&A 보이스 아마추어 챔피언십과 맥그리거 트로피 등 권위 있는 아마추어 대회를 제패하며 이름을 알렸다.
크리스 김의 재능을 일찍 알아본 CJ는 유일한 아마추어 후원 선수로 그를 점찍었다. 크리스 김은 테일러메이드(용품), 언더아머(의류)가 계약한 첫 유럽 아마추어 선수이기도 하다.
크리스 김이 전 세계 골프 팬의 주목을 받은 건 작년 이맘때. 더CJ컵바이런넬슨에 스폰서 초청 선수로 출전해 만 16세7개월10일의 나이로 커트 통과에 성공하면서다. 그는 2024년 대회 때 2010년 조던 스피스(미국)가 세운 기존 기록 16세10개월을 약 3개월 앞당기며 대회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웠다.
1년 전 깜짝 활약으로 더 큰 주목을 받은 크리스 김은 이번 대회에선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한 채 예선 통과에 실패했다. 첫날 2오버파를 쳤고, 둘째 날 경기가 악천후로 순연돼 하루 쉬고 나선 2라운드에선 7오버파로 무너졌다. 크리스 김은 “올해 대회에 더 높은 목표를 잡고 나왔고, 너무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하려다 보니 많은 실수가 나왔다”며 “원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나 많은 걸 배운 대회였다”고 말했다.
크리스 김은 오래전부터 이번 대회 우승자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우상이라고 말했다. 셰플러의 우승을 현장에서 지켜본 그는 “정말 너무 대단한 선수라는 걸 느꼈다”며 “배울 점이 너무 많아 저에게 많은 자극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셰플러처럼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다짐했다.
매키니=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