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경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이젠 과학 그 자체로 가치 돼야”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개헌이 논의되면 우리나라 과학기술 관련 헌법 조항이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과학기술’이 두 번 나온다. 헌법 22조(② 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와 127조(①국가는 과학기술의 혁신과 정보 및 인력의 개발을 통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노력하여야 한다) 이다.
이중 앞으로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제127조①’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경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은 최근 아이뉴스24와 인터뷰에서 “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과학기술만이 아니라 이젠 과학기술 자체(Thing-in-itself)로 나아가야 한다”며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과학기술이 국민경제 발전을 목적으로 둔 듯한 이 조항은 바뀔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 그 자체로 가치돼야
이경수 부의장은“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과학기술만이 아니라 이젠 과학기술 자체(Thing-in-itself)로 나아가야 한다”며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과학기술이 국민경제 발전을 목적으로 둔 듯한 조항은 바뀔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정종오 기자]과학이 경제뿐 아니라 ‘그 자체’로서 존중받고,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부의장은 “노벨상을 타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과학기술 정책이나 연구는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노벨상만을 받기 위해 연구한 사람이 지금까지 노벨과학상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부의장은 1990년대부터 핵융합 물리학계의 전문가로 자리 잡았다. 세계적 석학인 그는 2020년 4월 15일 선거에서 아쉽게 국회 입성이 무산됐다. 17명이 당선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18번에 그는 있었다. 그 앞에서 당선이 멈춰버렸다.
이 부의장은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때 경험이 지금의 이재명정부의 과학기술 정책, 관련 인물들과 연결돼 있다.
이 부의장은 “과학기술혁신특별위원장을 역임하면서 국회의원은 물론, 지금의 이재명정부에서 장차관 하는 분들을 많이 알게 됐다”며 “(두 번의)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철학을 공유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공감대를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했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으로 조기 대선이 이뤄졌다. 2025년 6월 대통령 선거에 다시 도전한 끝에 당선됐다.
"이 대통령 과학철학, 생각보다 더 깊어"
이 부의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경쟁력은 실무에 있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과학철학이 깊다"고 말했다. [사진=정종오 기자]이 부의장은 “대통령이 생각하는 과학기술 중심 철학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다”며 “올해 과학기술 예산을 보더라도 과학기술 35조원에 인공지능 10조원까지 합치면 약 45조원을 투입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과학기술계는 아직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 부의장은 “(윤석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대폭 삭감으로 생태계가 무너졌고 신뢰가 부서졌다”며 “이 분위기는 쉽게 회복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을 경험한 이들의 생각이 그 이후에 바뀌었듯이 윤석열의 ‘R&D 예산 삭감’이후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생태계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생태계와 신뢰 회복 프로그램 중 하나가 연구중심과제제도(PBS)의 폐지였다. 이 부의장은 “PBS는 쉽게 폐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며 “장단점이 있었는데 이것조차 폐지하지 못하면 연구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겠다는 판단으로 밀어붙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학기술계의 신뢰와 생태계 회복을 위해서는 ‘새로운 불’이 필요했고 PBS 폐지도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란 설명이다. PBS 폐지를 통해 ‘새로운 불’이 만들어지고 과학기술계가 이를 촉매로 다시 활활 불타오를 수 있도록 하자는 목적이었다.
"공동자문 시스템 마련"
이 부의장은 지향점이 있다. 이것만큼은 꼭 이룩하고 은퇴하겠다는 목표다. 이 부의장은 “1990년대부터 핵융합한다고 하면서 국가 세금을 많이도 썼다”며 “지금부터는 그만큼의 세금뿐 아니라 더 많은 세금을 내는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핵융합 에너지의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2023년 12월 인애이블퓨전(EnableFusion)을 창업했다. 인애이블퓨전을 키우고, 인애이블퓨전을 통해 돈을 벌고, 인애이플퓨전을 통해 국가에 세금을 ‘듬뿍듬뿍’ 내는 게 자신의 꿈이라고 했다.
이 부의장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으로 있으면서 중요한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었다. 대통령 자문기구 중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임문영 부위원장, 국민경제자문회의 김성식 부의장 등과 함께 ‘공동 자문’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부의장은 “자문하는 3명의 부의장이 정기적으로 모여 과학기술, AI, 국민경제 등 세 가지 파트를 합쳐 대통령에게 공동으로 자문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AI의 기본 실행계획(대한민국 인공지능행동계획)을 세우면 과학기술계의 중요한 일은 이런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이와 함께 국민경제는 이런 일이 일어나고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에 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각각 위원회들이 자문하다보면 같은 안이라도 약간은 다른 포인트가 생길 수 있는데 3명이 모여 사전에 논의하고 한 방향으로 360도로 대통령께 자문하자는 목적이라고 이 부의장은 강조했다.
‘공동 자문’과 마찬가지로 과학기술 관련 정책을 조율하기 위해 이경수 부의장, 배경훈 부총리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 등도 정기 모임을 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이 부의장은 손사래부터 쳤다. 그는 “모임의 성격이야 좋다고 하더라도 연장자인 제가 참여하는 그런 모임을 만들면 ‘위세 떤다’ ‘군기 잡는다’ 등의 잡음이 생길 것”이라며 “(부총리, 수석, 부의장의) 정기 모임은 없는데 부총리와 수석과는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참모 월권, 그럴 권한 없어"
이 부의장은 “정책 라인과 관련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무엇을 하자’ ‘이렇게 해라’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도와줄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한다”며 “대통령 앞에서 쓴소리하기 쉽지 않은데 나는 그런 면에서 조금은 벗어난다”고 강조했다.
최근 청와대 과학기술 관련 참모들이 월권행위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물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를 비롯해 정부출연연구소를 대상으로 청와대 참모가 장관처럼 업무보고를 받고, 특정 과기원 총장 선임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이 부의장은 “내가 아는 상황에서는 그런 일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청와대 참모가 특정 과기원 총장 선임에 개입할 수도, 개입할 수 있는 권한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아직 정무 감각이 부족해서 소통과정에서 주변에서 보기에 조금 위압적이거나 혹은 다른 식으로 해석할 수는 있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5년 동안 우리나라 대통령은 처음에는 ‘총명했는데’ 나중에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이 부의장은 기억을 되짚었다. 이 부의장은 “전직 김영삼 대통령의 경우 취임 초기에 총명할 때가 이를 데 없었다”며 “그러다 3년이 지난 후 얼굴을 봤는데 ‘중국 황제’의 모습이었다”고 회고했다.
초기에는 여러 이야기도 듣고, 쓴소리도 경청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듣기 좋은 소리하는 사람만 모이고 독재적이고 황제적 모습으로 바뀌더라는 거다.
그의 꿈은 ‘세금 많이 내는 회사’를 만든 뒤 제주도로 귀향하는 일이다. 이 부의장은 “제주도에 땅이 있는데 그곳에 자주 간다”며 “올레길을 걸으면서 느끼는 평화와 행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5년 뒤 '막잘꺼'로 은퇴생활 즐길 것"
이 부의장은 5년뒤 은퇴하면 ‘막’ 걸어 다니고, 밥 ‘잘’ 먹고, 휴대폰 전원 ‘꺼’버리는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진=정종오 기자]20대에 정치권에 이름을 올리면서 앞으로 계속 정치를 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질문에 이 부의장은 “처음엔 그랬는데 정치권 입성에 실패하고 지금 상황에서는 이제 더는 욕심을 부리면 안 될 것 같다”며 “제 나이(1956년생) 도 있고, 5년 뒤에 리타이어(은퇴)해 제주도로 가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제주도에 도착해 올레길 7, 8코스를 아내와 같이 ‘막’ 걸어 다니고, 밥 ‘잘’ 먹고, 휴대폰 전원 ‘꺼’버리는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른바 ‘막잘꺼’를 실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대통령에 대한 그의 믿음은 ‘실무’에서 시작됐다고 이 부의장은 강조했다. 이 부의장은 “그동안 대통령은 많았는데 실무를 해 본 대통령은 거의 없었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어린 시절에 어렵게 살았고 가난한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내면서 속속들이 구체적이고 경험적 실무 경험을 갖추고 있는 대통령이라는 거다.
업무보고를 생중계하고 국무회의까지 생중계하는 이 대통령의 자신감은 ‘실무’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이 부의장은 단언했다. 이 부의장은 업무보고와 국무회의를 생중계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억수로’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만큼 자신감 있는 대통령의 모습이라고 해석했다.
"공공기관장, 대통령과 임기 같이해야"
이 부의장은 공공기관장과 대통령의 임기는 같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의장은 “지금 이재명 정부에서도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과 불편한 동거를 계속하고 있다”며 “서로에게 부담되고 불편한데 앞으로 관련 법률을 개정하든 어떻든 간에 공공기관장은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하는 게 자연스럽고, 좋고, 상식적”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출연연구소 기관장 임명에 대해서도 이 부의장은 뭔가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의장은 “대통령 임명직 중에서도 NST 이사장,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 등은 대통령실이 주체가 돼 절차를 거쳐 임명하더라도 NST 소속 23개 출연연과 기타 기관장 등은 대통령이 아니라 위임받은 이사장이나 장관이 임명 절차를 수행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 검증도 간편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 부의장은 “현재 인사 검증과 관련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만만찮은데 이 또한 10여 페이지로 간략하게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물리학과는 태생적으로 뭉치지 못해"
현재 과학기술계 주요 정책 결정권자들이 대부분 물리학과 출신이라는 점에 대해 물었다. 특정 학맥이 과학기술계를 움직이고 있다는 비판이 없지 않다는 과기계 의견을 전했다.
이 부의장은 서울대 물리학과, 이주한 청와대 과학기술연구비서관은 서강대 물리학과, 박인규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고려대 물리학과, 여기에다 국회 과방위 황정아 의원은 KAIST 물리학과 출신이다.
이에 대해 이 부의장은 “물리학과는 태생적으로 같이 뭉치지 못하는 족속들”이라며 “(특정 학맥의 정책 장악 등의 지적은) 호사가들의 말 잔치일 뿐일 것이고 물리학에도 고체, 입자, 핵 등 다양해서 어떤 한 곳으로 ‘마피아’처럼 뭉치지 못하는 인간들”이라고 말했다.
이 부의장은 이재명정부의 ‘5년 연속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총명했던 전직 대통령들도 3년을 넘기지 못했다”며 “이재명정부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축군자 호군야(畜君者 好君也)’라는 말이 있다. 풀이하자면 ‘권력자(군주)의 욕심을 억제하는 게 진정으로 그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5년 권력 동안 최고 권력자는 모든 것들을 하고 싶어 한다.
그 욕심을 부추기는 게 아니라 정확히 현실을 진단해 ‘그 욕심’을 제어하는 참모가 진정으로 권력자를 위한다는 말이다.
이 부의장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연륜과 경험을 통해 (축군자처럼) 조언할 것”이라며 “5년 뒤 제주도에서 올레길을 평화롭게 걸을 수 있는 상황을 나 스스로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포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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