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중동지역에 자리 잡은 데이터센터를 공격했다고 주장하면서 인공지능(AI) 인프라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과거 정유시설과 항만에 집중된 중동의 물리적 타격 대상이 클라우드와 데이터 거점으로 옮겨가며 새로운 군사적 표적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2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는 오라클 소유의 데이터센터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UAE 정부는 “가짜 뉴스”라며 이를 즉각 부인했지만, 같은 날 이란 학생통신(ISNA)도 바레인에 있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를 보복 차원에서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엔 AWS가 UAE 내 데이터센터 두 곳이 이란의 드론 폭격을 받았고 바레인 시설 한 곳도 피해를 봤다고 공식 발표했다.
공격당하는 쪽인 이란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를 공격하고 나선 건 AI 인프라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져서다. 현대 군사 작전과 국가 행정 전반이 클라우드 기반의 AI로 전환되면서 데이터센터가 단순 저장시설을 넘어 국가의 ‘디지털 두뇌’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다만 이번 타격의 실질적 효과를 두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미군이 핵심 군사 데이터를 자국 내 서버나 폐쇄망에 저장하도록 규제하고 있어 민간 클라우드 타격이 전투력 약화로 바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중동 국가들의 AI 투자와 기술 허브 전략을 겨냥한 ‘상징적 공격’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전쟁이 확산하면 통신 인프라가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데이터센터 공격이 클라우드 서비스 마비로 이어지면 이를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아 글로벌 통신망 전반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이집트를 거쳐 홍해로 이어지는 구간은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약 17%가 통과하는 핵심 통로다. 유럽과 아시아 간 데이터의 90% 이상이 이 해역 해저 케이블에 의존하고 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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