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포인트는 ‘선의의 혜택’이 아닌 ‘마케팅 도구’다. 카드사들은 회원 모집을 위해 경쟁적으로 높은 포인트 적립률을 내세운다. 소비자들은 이 포인트를 소진하는 과정에서 내 돈을 더 얹어 추가 소비를 하기 마련이다. 남은 포인트가 아까워 다른 카드사로 갈아타기를 망설이는 ‘록인(lock-in) 효과’도 있다. 그런데 이 포인트는 회계상으로 ‘이연수익’, 즉 카드사의 부채로 인식된다. 유효기간이 끝나 포인트가 소멸됐다면, 소비자들이 그만큼의 카드사 빚을 대신 갚아준 꼴이 된다.
▷포인트 소멸로 인한 피해는 고령층일수록 컸다. 카드 포인트 전체 소멸액은 매년 소폭이나마 줄었지만, 65세 이상 고령층은 크게 늘었다. 포인트 사용이 대부분 노인 접근성이 떨어지는 온라인이나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어서다. 사용법은 고령층에겐 그저 ‘외계어’일 뿐이다. 오프라인에서도 소액 할인을 받겠다고 일부러 실물 카드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꺼내 보여주는 어르신이 얼마나 될까. 포인트 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통합 포인트 조회 및 현금화 서비스 역시 앱 형태여서, 고령층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나마 다음 달부터 65세 이상은 각 카드사에 별도 신청을 하지 않아도, 카드 포인트가 대금 결제 등에 자동 사용되도록 한다니 다행스럽다.
▷카드 포인트와 비슷한 사례들은 일상 곳곳에 있다. 항공사 고객들은 수천, 수만 마일리지를 쌓아놓고도 몇 안 되는 전용 좌석을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성수기나 인기 노선은 아예 엄두도 못 낸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같은 곳은 포인트 소멸 시한이 보통 1∼3년으로 카드사보다 짧아 정부가 이를 5년으로 늘리도록 유도하는 중이다. 통신사 멤버십 서비스는 포인트를 제공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제휴처와 사용 방법을 공부하는 게 웬만한 전공서적 읽기보다 어렵다. 또 연말이면 남은 혜택들이 신기루처럼 증발한다.▷‘소비자 권리’는 소비자들이 직접 챙겨야 하는 건 맞다. 그렇더라도 이 권리를 행사할 때 너무 높은 허들을 넘어야 한다면, 그 기업은 ‘소비자 기만’이란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더욱이 고령층을 포함한 디지털 소외계층에겐 작은 문턱조차 높은 장벽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기업이 정말 포인트나 멤버십 서비스를 ‘소비자 혜택’으로 포장하고 싶다면 이런 사각지대부터 없애는 게 맞다.
김창덕 논설위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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