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29분' 대역전극…알카라스, 男테니스 '빅2' 시대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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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두번째 메이저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결승
대회 최장 경기 끝에 세계1위 신네르 꺾고 '2연패'
첫 두세트 내어주고 한때 '트리플 매치포인트'몰려
"위기순간에 오직 한포인트 따는 것만 생각"
22세 34일로 메이저 5승 달성 '나달의 후예' 입증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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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29분의 대접전, 세번의 타이 브레이크 끝에 대역전극을 완성한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은 붉은 흙이 깔린 롤랑가로스 코트 바닥에 드러누워 포효했다. 스페인의 테니스 영웅 '흙신' 라파엘 나달을 보고 테니스 선수의 꿈을 키운 '라파 키즈'가 새로운 '흙신'으로 등극한 순간이었다.

세계랭킹 2위 알카라스가 테니스 메이저대회 프랑스오픈(총상금 5635만2000유로) 남자단식에서 얀니크 신네르(세계 1위.이탈리아)를 3-2(4-6 6-7<4-7> 6-4 7-6<7-3> 7-6<10-2>)로 꺾고 우승했다. 5시간 29분은 프랑스 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 사상 가장 긴 시간이자, 4대 메이저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는 2012년 호주오픈에서 나달과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의 5시간 53분에 이어 두번째로 긴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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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는 남자 테니스의 '빅3'(노바크 조코비치.라파엘 나달.로저 페더러) 시대가 저물고 알카라스.시너의 '빅2'시대가 열렸음을 보여줬다. 나달과 페더러가 은퇴한 상황에서 지난해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골든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던 조코비치는 이번 대회 4강에서 신네르에 패배했다. 그리고 결승에서는 2001년생 알카라스와 2003년생 신네르가 맞붙어 5시간을 훌쩍 넘기는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차세대 주자'로 분류되던 두 선수가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 만난 것도, 2000년대생끼리 메이저 대회 결승전을 펼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첫 두번의 세트를 신네르가 가져가며 승부가 일찌감치 결정되는 듯 했다. 하지만 알카라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날카로운 신네르의 공격을 묵직한 수비로 받아치며 3세트를 따내 흐름을 바꿨다.

위기는 다시 한번 찾아왔다. 4세트 게임스코어 3-5, 알카라스의 서브게임에서 0-40이 됐다. 단 한 포인트만 내어줘도 신네르의 우승이 확정되는 트리플 매치포인트. 알카라스의 코치마저 "사실 회복할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알카라스의 반전은 다시 한번 시작됐다. 3연속 득점으로 듀스를 만들었고, 득점을 다시 추가해 서브게임을 지켜냈다. 타이 브레이크까지 승부를 끌고간 그는 4세트를 따낸데 이어 5세트까지 잡아채 대회 2연패, 자신의 5번째 메이저 우승을 완성했다. 역대 메이저대회 결승전에서도 드물게 처절하고 치열한 승부였기에 그의 우승은 더욱 빛을 발했다.

9일(한국시간)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우승이 확정된 뒤 볼보이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알카라스. AFP연합뉴스

9일(한국시간)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우승이 확정된 뒤 볼보이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알카라스. AFP연합뉴스

우승이 확정된 뒤 알카라스는 "신네르가 마지막 포인트를 얻지 않는 한 경기는 끝나지 않는다. 매치포인트에 몰려도 나 자신을 의심하지 않고 한 포인트를 따내서 이 게임을 구해야 한다는 것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메이저대회 결승전은 그의 투지를 끊임없이 되살렸다. 그는 "나에겐 두려워할 시간도, 포기할 시간도 없었다"며 "진정한 챔피언은 그런 상황에서 압박을 가장 잘 다루며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프랑스오픈 2연패로 알카라스는 자신의 이름 앞에 따라붙던 '차세대'라는 수식어를 완전히 떼어버렸다. 그는 22세 34일로 메이저 5승을 달성하며 자신의 우상인 나달(22세 33일)보다 하루 늦게 같은 기록을 달성했다. 알카라스는 "내 아이돌이자 영감의 원천인 라파와 같은 시기에 다섯번째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것은 영원히 간직해야할 기록"이라고 감격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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