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에도 멈추지 않는 김비오 "압도적인 실력에 즐거움까지 드리는 디섐보같은 선수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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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비오가 골프백에 이름 대신 새긴 자신의 캐릭터 '써비'를 소개하고 있다. 김비오 특유의 강한 눈썹을 강조한 캐릭터로, 최근 SNS를 통해 팬들의 의견을 받아 '써비'라는 이름이 정해졌다. 광주=조수영 기자

김비오가 골프백에 이름 대신 새긴 자신의 캐릭터 '써비'를 소개하고 있다. 김비오 특유의 강한 눈썹을 강조한 캐릭터로, 최근 SNS를 통해 팬들의 의견을 받아 '써비'라는 이름이 정해졌다. 광주=조수영 기자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간판스타 김비오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오는 12일 미국 테네시주 프랭클린의 밴더빌트 레전드CC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콘페리투어(2부) 파이널 1차전에 출전한다. 지난달 우연히 출전한 콘페리투어 대회에서 3주 연속 좋은 성적을 거두며 따낸 귀한 기회로, 파이널 시리즈 성적에 따라 내년 풀시드까지 노려볼 수 있다. 35살의 나이에 다시 한번 미국 무대에 도전을 앞둔 김비오는 1일 "투어 랭킹 147위인데 과분한 응원을 받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비오는 KPGA투어 대표 베테랑이다. 올해로 투어 데뷔 16년차, KPGA투어에서 9승을 올리며 단단한 팬덤을 갖고있는 인기스타다. 뒤늦은 미국 무대 도전은 깜짝 선물로 주어졌다. 지난달, KPGA투어에 배당된 콘페리투어 쿼터를 받은 송민혁이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하게 되면서 김비오에게 기회가 갔다. 마침 KPGA투어가 7월부터 두달간 예정된 대회가 없어 짧은 휴식을 취하고 있던 때였다. 김비오는 "7월 한달간 훈련한 것을 점검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삼아 미국으로 갔다"고 돌아봤다.

그런데 큰 기대없이 나갔던 대회에서 김비오가 사고를 쳤다. 유타 챔피언십에서 공동 22위를 기록해 다음 대회인 피나클뱅크 챔피언십 출전권을 얻었고, 이 대회에서 또 28위를 하면서 이어진 앨버트슨스 보이시 오픈까지 출전했다. 일주일로 예정됐던 여행은 의도치 않게 3주로 늘어났고, 미국 대륙에서 이동한 거리만도 약 3000km에 달했다. 세번의 대회를 통해 김비오는 투어 랭킹 147위까지 올라섰고, 상위 156위까지 출전하는 파이널 1차전 자격을 따냈다.

김비오가 미국 무대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대 초반이었던 2011년과 2012년, 그는 PGA투어와 콘페리투어에서 활동했다. 현장 매니저나 주변의 도움 없이 홀로 투어를 뛰면서 지독한 향수병에 시달렸고,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때의 기억 탓에 "미국은 외로운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번 대회를 거치며 "한번 더 미국에 도전해보자"는 새로운 자극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코치, 매니저, 트레이너 등 4명이 한 팀을 이뤄 움직이면서 대회 자체를 즐길 수 있었고, 3000km를 운전하는 피로도 즐거운 여행 같았다"며 미소지었다.

오는 12일 미국 콘페리투어(PGA 2부) 파이널 1차전에 도전하는 김비오. 광주=조수영 기자

오는 12일 미국 콘페리투어(PGA 2부) 파이널 1차전에 도전하는 김비오. 광주=조수영 기자

콘페리 투어 현장에서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도 화제가 됐다. 올 시즌부터 김비오는 SNS로 팬들에게 갤러리 티켓을 선물해 대회장으로 초대하고, 대회 현장에서 선수들과 짧은 인터뷰를 올리며 남자골프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고 있다. 'KPGA투어 홍보대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셈이다.

지난달 콘페리투어 출전 동안에는 현장 구석구석을 소개하는가하면, 김성현 이승택 등과 짧은 인터뷰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줬다. 3주간 3000km를 이동하는 순간을 공유하며 '골프 로드무비'를 보는듯한 재미도 선사했다.

김비오는 "사실 지난해 짧은 번아웃을 겪었다"며 "겨울 시즌동안 미국에서 전지훈련 겸 가족과 휴식기를 가졌는데, 그간 골프선수로서 팬들께 받기만 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31일 경기 광주 강남300CC에서 막내린 동아회원권 오픈에서도 김비오는 100장의 티켓을 팬들에게 선물했다. 그는 "저의 작은 노력으로 골프팬들이 KPGA투어에 관심을 더 가져주시고 행복한 추억을 만드신다면 감사한 일"이라며 "덕분에 매주 저를 찾아와주시는 팬들도 생겼다"고 말했다.

콘페리투어와 SNS로 종횡무진 영역을 넓히고 있는 김비오의 꿈은 "압도적인 기량을 갖춘 골프 엔터테이너"다. "골프선수는 스포츠매니기도 하지만 엔터테이너이기도 하다는걸 16년차에야 깨닫고 있어요. 브라이슨 디섐보처럼 팬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물론 필드에서는 압도적인 기량으로 짜릿함을 드려야죠. 후배들과 함께 더 재밌고 볼거리 많은 KPGA투어를 만들어보겠습니다."

광주=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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