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체제 더이상 지속 불가능…개헌으로 양극화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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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3.14 15:59 수정2025.03.14 15:59

"1987년 체제 더이상 지속 불가능…개헌으로 양극화 극복해야"

한림대학교도헌학술원은 14일 서울 태평로1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 민주주의 구출하기'를 주제로 제3회 도헌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한국 정치의 양극화 문제를 진단하고 개헌을 통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1987년 민주화 이후 민주적 이행과 공고화를 가능하게 해 온 제도적, 관행적 조건이 모두 변화했다"며 "타협과 합의를 해 온 대통령의 정치력도 사라졌고, 대통령제의 안정적 지속의 기본이 되는 대통령의 권위도 약화했고, 더욱이 잇단 탄핵으로 제도적 안정성도 훼손됐다"고 진단했다. 강 교수는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정치적 위기는 한국 민주주의에 커다란 위협이자 도전"이라며 "정파적 이해관계를 넘어 대한민국 공동체의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위한 새로운 정치 구조의 수립을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 의회와 정당 정치를 미국 정치에 비교해 분석했다. 서 교수는 "현재 경제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나라 중 대통령 제도를 가진 나라는 미국과 한국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두 나라에 있어 대통령제의 불변하는 가장 큰 특징은 1인 지배 제도(one-person institution)라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서 교수는 미국의 정치 양극화가 낙태, 기후 위기, 총기 규제, 이민 규제, 인종 다양성 등 이슈별로 진행 중인 반면, 한국의 양극화는 대통령 혹은 대통령 후보에 대한 극단적인 호불호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호 배타적인 양극화 정치 양상은 의회-정당 시스템을 결박하게 되고 그 부정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이 대통령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실패로 이어진다"며 "양극화를 만들어 낸 것이 한국 민주주의라면 줄어들도록 바꾸는 것도 결국 우리 민주주의임을 기대한다"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제는 더 이상 87 체제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 무리고, 그 문제점들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국가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을 미룰 수 없다"며 개헌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장 교수는 "40년 동안 축적된 개헌사항은 무수히 많아 이를 일시에 해결하려 할 경우에는 과거의 개헌 실패를 되풀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제10차 개헌은 모든 개선사항을 한꺼번에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시급하고 중대한 사항, 국민적 공감대가 뚜렷한 사항, 그리고 여야 간에 합의가 가능한 사항부터 먼저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지는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과 염재호 태재대 총장,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패널로 참여해 한국 정치 개혁의 방향을 논의했다. 한림대 도헌학술원은 한국 사회의 주요 정치·사회적 이슈를 학술적으로 연구하고 공론화하는 학술 기관으로, 매년 심포지엄을 개최해 한국 민주주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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