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주가 일제히 출렁이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관련한 마이크론·인텔이 11% 넘게 빠지고 엔비디아도 6% 이상 하락하면서 지난 주말 나스닥의 하락폭(4.2%)은 1년 만에 가장 컸다.
이에 따라 질주만 하던 AI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른 바 ‘AI 겨울(AI winter)’에 대한 공포이다. AI 겨울은 AI 연구에 대한 자금과 관심이 감소하는 기간을 뜻하는 용어다. 전기자동차 보급 시기가 정체하는 전기차 캐즘(chasm)과 비슷한 맥락이다. 캐즘도 원래는 지질학에서 지각 변동으로 인해 땅이 갈라져 생긴 커다란 틈을 뜻하는 단어다.
AI 겨울이란 용어가 처음 등장한 건 1984년으로 이르다. 미국 AI협회 연례회의에서 AI 연구를 시작한 1970년대부터 두 번의 주요 겨울이 있었다고 발표하면서 용어가 퍼졌다. 1975년 음성 인식 프로그램이 실패한 것과 1987년 소프트웨어와 프로그래밍 언어를 자동 실행하는 리스프 머신 프로젝트에 대한 실망이 투자 급감으로 이어졌다.
일단 업계는 AI를 향한 실질 수요는 여전할 것으로 본다. 근거로는 AI 기술의 핵심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바뀐 점을 든다. 과거에는 질문 한 번에 한 줄짜리 답변을 내고 끝났다면, 이제는 AI가 정답을 도출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천, 수만 번의 사고 과정을 거친다. 전 세계 기업과 이용자가 AI를 실제 업무에 수용하고 추론을 고도화하면서 뒤에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와 토큰 연산량은 폭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AI가 사고를 거듭할 때 쓰는 토큰에 따라 비용을 청구하는 ‘종량제’도 정착하고 있다. AI 기업에 수익 모델이 생겼다는 의미다.
AI가 고도화된 추론을 수행하고 수많은 연산 과정을 거칠 때마다 이를 뒷받침할 초고속·고용량 메모리 반도체와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소모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를 근거로 수익 모델이 없어 나타난 역대 두 번의 AI 겨울과는 지금이 다르다는 의견이 많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

3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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