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번째 대회서 '무관의 저주' 푼 플리트우드, '천만달러의 사나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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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8.25 16:36 수정2025.08.25 16:36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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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땅에서는 우승하지 못하는 저주가 걸린 듯 했다. 최종라운드에 선두로 나섰다가도 마지막홀에 보기로 타수를 잃고 주저앉은 것이 올해만 두차례. 유럽의 강자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와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인연이 없는 듯 보였다.

25일(한국시간), 플리트우드가 드디어 '무관의 저주'를 풀고 PGA투어 첫 승을 따냈다. 그것도 우승상금만 1000만달러(약 138억5900만원)인 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총상금 4000만달러)에서다. 플리트우드는 PGA투어 164번째 출전 대회에서 첫 승을 차지하며 그간의 아쉬움을 한방에 날렸다.

이날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레이크GC(파70)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2언더파 68타를 쳐 합계 18언더파 262타로 우승했다. 패트릭 캔틀레이(미국)와 공동 선두로 출발한 그는 이날 버디 5개, 보기 3개를 쳤다.

앞서 수많은 대회에서 우승을 눈앞에 두고도 마지막 18번홀에만 들어서면 흔들렸던 그이지만 이번엔 달랐다. 2위 그룹에 3타 앞선 상태로 시작한 18번홀(파5)에서 무리하지 않는 플레이로 파를 기록하며 PGA투어 진출 이후 첫 승을 완성했다. 우승이 확정되자 그는 모자를 벗고 하늘을 향해 포효하며 PGA투어 정복의 기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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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트우드는 DP월드투어에서 7승을 거둔 유럽의 강자다. 2018년부터 PGA투어로 주요 무대를 옮겨 꾸준히 상위권을 지켰다. 하지만 유독 우승과는 인연이 따르지 않았다. 163개 대회에 출전해 준우승 6회, 3위 6회 등 톱5에 30차례나 들었지만 우승은 거두지 못했다.

올해도 두번이나 눈앞에서 우승을 놓쳤다. 시그니처 대회인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는 짧은 퍼트를 놓치는 바람에 키건 브래들리(미국)에게 연장 끝에 우승을 내어줬고, 플레이오프 첫 번째 대회인 페덱스 세인트 주드 챔피언십에서 마지막 순간 우승을 놓쳤다. 이 대회 전까지 플리트우드가 PGA투어에서 번 상금은 총 3343만669달러(약 463억 원). 우승을 한번도 거두지 못한 선수 중 가장 많은 소득을 올린 선수가 바로 플리트우드였다.

하지만 이날 PGA투어의 상위 30위 선수들만 참가하는 '왕중왕전'인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긴 아쉬움을 단박에 날렸다. 이번 우승으로 그는 지금까지 벌어들인 누적상금의 3분에 1에 가까운 상금을 한번에 받았다.

우승을 확정지은 뒤 플리트우드는 "오늘의 이 우승은 앞으로 있을 수많은 우승의 첫걸음"이라며 "마침내 해낸 나의 꾸준함에 만족한다"고 환하게 웃었다. 수많은 좌절에도 포기하지 않고 우승에 도전했던데 대한 자부심도 내비쳤다. 그는 "오늘 우승하지 못했더라도 또 다음 기회를 원하고, 또다시 도전했을 것"이라며 "계속 시도하다 보면 언젠가는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내가 증명해냈다"고 밝혔다. 이어 "우승 여부와 관계없이 내가 걸어온 길은 충분히 자랑스럽다"며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계속해서 더 나아지고 가능한 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2타를 줄이는 데 만족해 코리 코너스(캐나다) 등과 14언더파 266타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선수로는 유일하게 투어챔피언십에 출전한 임성재는 이날 2타를 줄이고 최종합계 이븐파 280타 공동 27위로 마치며 36만7500달러(5억1000만 원)를 받았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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