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틴탑 니엘이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서며 기존과는 또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니엘은 지난 22일 미니 4집 '쉬(SHE)'를 발매했다. '쉬'는 2년 반 만에 내는 미니앨범이자, 니엘이 1인 기획사를 설립하고 내놓는 첫 결과물이었다.
니엘은 "15년 동안 틴탑이라는 팀과 솔로 활동을 하며 어떤 게 내 음악일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정말 좋아하는 장르,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쉬'라는 앨범을 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이돌 그룹 틴탑의 니엘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낯선 무드다. 앨범은 네오소울과 그루브 팝을 기반으로 한 감성적인 곡들로 구성됐으며, 사랑에 대한 깊은 고민과 감정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프로듀서 도코(DOKO)가 총괄 프로듀싱을 맡았다.
타이틀곡 '쉬'는 그루브한 리듬과 소울풀한 기타 사운드 위에 니엘의 짙은 보컬이 어우러진 곡이다. 가사에는 이별을 말한 것도, 아파하는 것도 결국 나 자신이었다는 깨달음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의 곁을 떠난 뒤 느낀 감정의 변화가 진솔하게 표현됐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표정과 몸짓으로 퍼포먼스를 소화하는 니엘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니엘은 "어떻게 나의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면서 "틴탑 활동을 할 때는 악동이라는 팀 색깔이 강했기 때문에 통통 튀는, 다 같이 신나게 놀자는 느낌의 음악을 많이 했다. 솔로로 하고 싶었던 건 끈적이는 분위기였다. 내겐 섹시한 모습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쉬'는 내가 원하고, 또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이라고 자신했다.
"성숙하고 섹시한 게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밝힌 그는 "솔로 앨범을 낼 때는 항상 내 의견이 많이 들어갔는데, 지금은 회사를 차려서 혼자서 준비하다 보니까 내 의견이 10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1인 기획사를 설립한 것 역시 '하고 싶은 음악을 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도전해보니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니엘은 "회사를 설립하기 전에는 '그냥 하면 되지'라고 (쉽게) 생각했는데, 할 게 너무 많더라.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다 결정해야 하고, 미팅도 전부 나가야 하고, 콘셉트 회의나 결정도 직접 해야 해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도 "후회하진 않는다"고 했다. 니엘은 "이 노래를 듣고 '얘가 틴탑 니엘이라고?'라는 반응이 나오길 바랐다. 녹음할 때 작곡가 도코에게 많이 혼났다. 기존 스타일을 뺐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옛날 버릇을 버리느라 힘들었다. 그렇지만 듣는 분들이 '이게 누구 노래지?'라면서 찾아본다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며 웃었다.
2010년 데뷔해 올해로 16년 차에 접어든 니엘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기도 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해서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한다. 멤버들과 모일 때마다 '다시 한번 열심히 해보자'고 다짐한다"고 고백했다.
니엘은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이 동일했다고 밝혔다. '향수 뿌리지마', '긴 생머리 그녀' 활동 당시를 떠올리며 "아이돌이라는 직업이 사랑받다가 또 못 받을 수도 있지 않나. 늘 '이 행복이 언제까지 갈까'라고 생각하며 힘들어했다. 그 당시 스케줄이 많아서 육체적으로도 힘들었다. 그런데 그때가 또 가장 행복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올해 회사를 설립하기 전까지도 미래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했다. 니엘은 "(가수를) 그만두려고 했다. 제 길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게임을 좋아해서 집에서 쉬면서 게임 방송을 했는데, 그때마다 팬분들이 와서 노래하는 날 보고 싶다고 했다. 스스로 게임을 할 때 행복한지, 노래할 때 행복한지를 따져봤는데 난 무대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해하더라. 그래서 다시 정말 열심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현재의 목표는 "행복하게 활동하는 것"이라고. 니엘은 "예전에는 순위나 팬들이 얼마나 있느냐에 연연했는데, 지금은 그냥 내가 좀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가 행복해야 보는 사람들도 나를 통해 행복해지겠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는 15년간 열심히 달려온 자신에게 "잘 버텼다"고 말해주고 싶다면서 "회사를 설립한 게 신선한 자극이 됐다. 잊고 살았던 열정도 다시 생겼고, 첫 솔로를 준비했을 때의 감정들이 다시 한번 생겼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자리를 잡으면 틴탑 멤버들을 데려오고 싶다면서 팀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니엘은 "틴탑은 이제 가족"이라고 했다. '솔로 니엘'을 어떻게 성장시켜나가고 싶냐는 물음에는 "여러 가지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로 키워보고 싶다. 한 가지 장르를 정하기보다는 어떤 음악을 해도 잘 붙는 아티스트였으면 한다"고 답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