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피한 여성 가족에 닥친 기상천외한 죽음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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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맥주병이 떨어지면서 청소기 버튼을 누르고, 청소기 호스가 바람을 뿜어내며 벽에 세워져 있던 곡괭이를 건드린다. 중심을 잃은 곡괭이가 넘어져 잔디깎이를 작동시키고, 때마침 깨진 유리 조각을 밟고 쓰러진 사람 위로 지나간다.
로또 1등을 몇 번이나 연속해서 당첨될 확률과 비슷해 보이는 이런 일들이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시리즈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할리우드 호러 프랜차이즈인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은 가까스로 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운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차례로 끔찍한 죽음을 맞는 이야기를 그렸다. 컵에 묻어 있는 물 한 방울, 문틈에 낀 책 한 권 같은 사소한 물건이 도화선이 돼 큰 사고로 이어지는 장면에 관객들은 충격받았다.
이 시리즈는 2000년 개봉한 1편이 제작비의 5배인 1억1천300만달러(약 1천600억원)의 흥행 수익을 내면서 5편까지 제작됐다. 1∼5편의 총수익은 6억5천만 달러(9천200억원)에 달한다.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이하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6')은 한동안 소식이 없었던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의 명맥을 잇는 작품이다.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5' 이후 14년 만에 나오는 속편으로 애덤 스타인과 잭 리포브스키가 공동 연출했다.
시나리오는 마블 스튜디오 '스파이더맨' 3부작을 연출한 존 왓츠와 '레디 오어 낫', '스크림', '에비게일' 등 공포 영화에서 일가견을 보인 각본가 가이 부식이 함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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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여대생 스테파니(케이틀린 산타 후아나 분)다. 그는 스카이뷰 타워 레스토랑이 붕괴하는 악몽 때문에 매일 밤 괴로워 한다. 그는 이 꿈의 정체를 알아내려 오랜만에 고향을 찾고, 가족과 연락을 끊은 채 홀로 사는 할머니의 존재를 알게 된다.
손녀와 조우한 할머니 아이리스(가브리엘 로즈)는 스테파니의 악몽이 자신이 꾼 예지몽과 같은 꿈이라는 걸 알아챈다. 아이리스는 젊은 시절이던 1968년 타워 사고를 예견하는 꿈을 꾼 뒤 사람들을 대피시켜 사고를 피했다. 그러나 죽음의 운명은 생존자들을 하나씩 제거해나갔다. 원래라면 죽었어야 할 사람들의 후손들까지 어이없는 사고로 잇따라 목숨을 잃는다.
스테파니는 할머니가 가족을 지키려고 죽음의 징조를 기록해둔 책을 읽으며 생존할 궁리를 한다. 가족들은 곧 사고가 닥칠 것이라는 스테파니의 말을 믿지 않다가 실제로 일이 벌어지자 함께 대책을 찾아 나선다.
언제 어디서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스토리로 인해 영화는 내내 긴장감을 유지한다.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기상천외하게 설계된 죽음의 시퀀스는 이런 장르에 목말랐던 관객에게 이른바 '길티 플레저'(죄책감을 수반하는 즐거움)를 느끼게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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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사고를 피한 당사자가 아니라 그의 가계 전체를 향한다는 설정은 이전 편들과 구분되는 점이다. 아이리스와 피가 섞였느냐 섞이지 않았느냐가 삶과 죽음을 가르는 기준이 되면서 누군가는 목숨을 부지하고 누군가는 잃는다.
스타인 감독은 "각본가 왓츠는 죽음이 가계도의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며 희생자를 추적하는, 가족과 혈통이 소재인 이야기를 구상했다"며 "이전까지는 주로 친구들이나 일면식이 없던 사람들이 죽음을 피하려는 소재였지만 함께 살아남으려는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공감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14일 개봉. 110분. 청소년관람불가.
ramb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5월14일 01시00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