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멤버였던 A씨의 어머니가 공개석상에서 눈물을 흘리며 소속사 대표의 강제추행 의혹을 제기했다.
2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걸그룹 멤버 A씨 측이 제기한 143엔터테인먼트 대표 이 모씨의 강제추행 의혹 관련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기자회견에는 A멤버의 모친과 143엔터 전 직원, 법률대리인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멤버 A씨의 모친인 B씨는 "딸이 꿈을 이루고 행복해했다. 하지만 점점 생기를 잃어갔다"면서 "이 대표는 상담을 이유로 멤버들을 한 명씩 불러내 은근히 이간질했다. 그 결과 동료들끼리 서로 감시하게 만들고 믿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엄마인 저는 '목표를 위해서는 참아야 한다', '사회생활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중도에 포기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네가 원해서 시작한 거다'라면서 아이를 몰아붙였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아이에게 피해가 갈까 두려워 이견 한 번 내지 않고 모든 걸 따랐다. 이게 화근이 될 줄은 몰랐다. 아이는 힘들어하면서도 아이돌 생활을 지속하려 노력했기에 아이에게 '너를 친딸 같이 예뻐하는 것이다'라며 달랬다. 매일 숙소와 회사에 갇혀 이 대표의 감시 아래 갇혀 지냈던 아이는 친구와 지인들과의 모든 소통이 막혔다. 심지어 춤 선생님에게 연락해 수업 관련 대화를 나눈 걸 알고 낮에도, 밤에도, 새벽에도 숙소를 찾아와 휴대폰 검사를 했다. 가벼운 스킨십이었던 신체적 접촉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더욱 부담스럽게 다가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딸은 '이제 내 몸도 그만 터치하라'고 명확하게 말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아이를 무시하며 업무상 지속적인 불이익과 부당한 대우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사건이 터졌다"고 말했다.
B씨는 "아이가 몇 번이나 저에게 구조신호를 보냈음에도 저는 듣지 않았고, 제 눈과 귀를 닫은 결과 제 아이는 상상도 못 할 일을 겪어야 했다. 그런데도 딸은 이제 막 생긴 팬들이 너무 소중하다며 팀 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이 지켜야 할 사람이 생겼다는 말에 제 가슴은 무너져내렸다"고 했다.
딸의 미래를 위해 신고하지 않은 채 이 대표에게 각서를 받고 상황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고 한다. 각서에는 불이익을 주지 않고, 대표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B씨는 "물러나기는커녕 스케줄 하나하나 간섭했고, A가 외면할 때마다 휘파람을 불며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행동했다. 아이는 그의 휘파람 소리가 맴돈다며 눈물을 흘리고 미칠 것 같다며 힘들어했다. 그 모든 상황이 가혹했고, 아이는 결국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던 중 JTBC '사건반장'을 통해 사건이 보도됐고, A멤버의 부모는 이 대표를 찾아갔다.
B씨는 "아이 아빠가 대표를 만났고, 원하는 조건을 다 들어주겠다고 해서 조율하다가 이 대표가 회사가 입장문을 먼저 낼 테니 아이에게 인스타그램으로 올리는 회사 입장문에 '좋아요'를 누르라고 했다. 아이는 그것까지 들어줬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 대표는 아이의 입장문도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들이 보내온 내용을 받았을 때 난 눈물이 났다. 입장문은 거짓 투성이었고, 우리가 왜 이 거짓말을 올려야 하는지, 피해자가 가해자처럼 행동해야 하는가 싶어서 못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는 아이돌 활동도, 대표의 사과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요구할 수 있는 게 고작 합의금이었다"며 "부끄럽지만 우린 가진 게 없는 부모였다. 아이가 하고 싶은 거라도 하게끔 기반을 마련해달라고 해서 합의금이라도 달라고 했다. 아이의 미래를 걱정한 부모의 미련한 마음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돈을 요구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고, 아이가 다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돌이켜보니 오히려 아이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 거 같아서 죄책감이 들고 후회가 된다"고 했다.
이어 "대표는 죄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합의금도 단칼에 거절했다. 저는 그럼 더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A가 다칠 텐데 괜찮겠냐'는 협박의 말을 하고 자리를 떴다. 그 이후로 아무 연락도 없이 탈퇴 기사가 나갔고, 전속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기사가 나왔다. 힘이 없는 우리는 대응도 하지 못했고, 아이의 꿈은 소리 없이 사라졌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진짜로 아이를 지키고 싶다"면서 "아직도 수많은 아이가 이런 불합리한 현실을 감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하고, 이런 사람은 반드시 업계에서 퇴출당하고,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동석한 A멤버 측 법률대리인은 "이미 관할 경찰서에 이 대표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 대표는 현재 피의자 신분이다. 담당 수사관도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 의지를 보여주고 있어 조만간 피의자의 경찰 출석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는 아직 수사기관에 제출하지 않은 증거를 많이 가지고 있다"면서 "이 사건 피의자가 언제까지 범행을 부인할 수 있을지, 부인한 결과가 어떠할지 끝까지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