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손석구가 '나인퍼즐' 출연부터 촬영, 홍보 후일담까지 전했다.
손석구는 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나인퍼즐' 인터뷰에서 "전 편이 공개된 지금부터 본 게임이 시작된 것"이라며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추리물의 특성상 결론을 두고 아쉬움을 드러내는 팬들도 있었지만 "저는 반전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만족스러운 결말"이라면서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함께 출연한 김다미에게 "이미 하고자 하는 확고한 방향이 있었다"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나인퍼즐'은 10년 전, 미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현직 프로파일러인 ‘이나’(김다미)와 그를 끝까지 용의자로 의심하는 강력팀 형사 ‘한샘’(손석구)이 의문의 퍼즐 조각과 함께 다시 시작된 연쇄살인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추리 스릴러다. 손석구의 첫 추리물 출연이다. 다음은 손석구와 일문일답.
▲ 드디어 전편이 다 공개됐다.
= 많이 봐주신 거 같아 감사하다. 우리끼린 열심히 만들었는데, 결과적으로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더라. 내부적으로는 오늘부터가 본게임이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래서 더 기대한다.
▲ 한샘을 범인으로 유추한 분위기에 대해 생각했나.
=생각 못했다. 그런데 제가 별 생각없이 한 것에 의미를 가지시더라. 한샘이 범인이었다면 엄청난 반전을 기대하셨을 거 같다. 감독님의 팬이라서 출연만으로도 감사했다.
▲ 윤종빈 감독의 팬이라 밝혀왔는데, 윤 감독은 아내 추천으로 캐스팅했다고 하더라.
=감독님도 그러셨다. '난 잘 몰랐어'라고. 형수님이 추천해주셨다고 하더라. 감독님과 함께하니 더 좋더라. 저도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즐겁게 했지만, 학생의 입장에서 배운다는 느낌으로 했다. 인생 선배이자 멘토 같다.
▲ 추리물에 자신이 없다고 했다.
=저는 캐릭터를 쌓아서 감정을 보여주는 것을 잘해낸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논리적인 사건 추리 과정, 정보 전달이 중요하고 거기에서 한 포인트라도 시청자의 눈과 귀를 잃으면 다음 회차를 잃게 되는 거다. 그래서 더 긴장해서 해야 하고, 정교한 정보 전달을 위해 자유롭게 할 수 없어서 '이게 나랑 맞나' 싶었다.
▲ 직접 해보니, 처음 생각했던 것과 비교해 어떻던가.
=그건 시청자들이 판단할 부분인 거 같다.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는 노력은 했다. 작품마다 안해본 것들이 도처에 있다. 제가 촬영한다고 겁을 먹는 스타일은 아니다. 의심하지만, 그런 의심의 순간이 오래가진 않았다. 대부분 촬영 3회에서 5회차 정도 되면 익숙해져서 자유롭게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조금 더 의심하고 고민했지만 그 후엔 비슷했다. 추리만큼 중요한 게 이나와의 티키타카였다. 제가 잘하는 것과 추리물로 연기적으로 필요하다 생각해서 적절히 섞은 거 같다.
▲ 김다미가 연기한 이나는 만화적인데 반해 한샘은 현실적이다.
= 제가 느낀 대본은 훨씬 딱딱하고 수사에 집중했다. 한샘은 훨씬 감정의 톤이 적은 모노톤의 인물이었다. 그런데 이나와의 관계를 보여주기 위해 어떻게 보면 '쾌남'으로 설정했다. 그렇게 좀 더 투명한 사람이 됐다. 스스로는 한샘도 만화적인 캐릭터라 생각을 했다. 이나의 의상이나 외모가 외모적이었지만 캐릭터 자체는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
▲ 범인을 어떻게 추리했을까.
= 전 마지막까지 몰랐다. 제 주변에는 9부까지 보고 맞춘 사람은 딱 1명이었다. 사실 제가 그런걸 잘 못맞추기도 하고, 이런 글을 잘 못보기도 한다. 저는 '이 사람인가보다', '어 아니네' 이러면서 따라가기만 급급했다.
▲ 김다미와 호흡은 어땠나.
= 다미는 하고자 하는 것이 확고했지만, 전 잘 몰랐다. 그래서 굉장히 많은 아이디어를 다미가 줬다. '이렇게 해보는 게 어때' 이런 식으로. 그리고 한샘이 '쾌남'으로 설정했기에 여러 방면으로 뻗어나갈 수 있었다. 또 두 캐릭터가 의심의 관계인데 그걸 오래 갖고 가고 싶지 않았다. 의심하는 걸 막바지까지 가져갈 수 있었지만, 감독님의 의도는 초반에만 의심하고 이후 공조로 해서 수사를 하려 했다. 한샘은 막바지까지 이나를 의심하지만, 두 사람을 보는 시청자는 그러지 않았을 거다.
▲ 연기적으로 계속 도전하고 있다. 최근에도 '천국보다 아름다운'으로 김혜자와 호흡하지 않았나.
= 이 작품으로 나중에 자식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보따리가 많았다. 연기를 대하는 태도나, 이런 것도 집요하거나 넓어졌다. 제가 가장 최근에 찍은 작품이 '천국보다 아름다운'이었는데, 앞으로 연기를 어떻게 할지 기대될 정도였다. 선배님과 연기한 경험은 특별하다. 선생님이 살아오신 길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인생이 묻어난 연기였다.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서 모든 걸 품어주는 연기를 해야겠다가 아니라, 본인만의 확고한 철학으로 사셨기에 그 연기가 나온것처럼 저도 그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연이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시청자들에겐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라나.
= 제가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건 의미가 없어서 그쪽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바로 다른 작품들을 하는게 아쉽진 않았다.
▲ 이 작품을 통해 자평하는 게 있다면?
=저는 잘 모르겠다. 변하는 건 확실하다. 그런데 제가 뭔가를 그려놓고 하는게 아니다.
▲ 결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사회적인 이슈는 있다.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면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자극적인 반전보다는 그게 좋았다. '사람을 죽여 사람 사는 곳을 만든다'는 말을 염두에 놓고 다시 보면 왜 우리가 미술을 저렇게 했고, 캐릭터 배치는 저렇게 했는지 그게 보일 거다.
▲ 결말에 대한 아쉬움을 전하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 반전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반전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라서. 저는 좋았다. 만족했다.
▲ 윤종빈 감독과 다음 협업도 기대할 수 있나.
= 안하실 거 같다. (웃음) 감독님이 제작하는 거 중에 없는 걸 제가 있어야 같이 하는 건데, 다 가지신 분이라. 저는 작은 단편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한 걸 시작으로 미국 제작사와 함께 작업한 것도 있고. 이 프로젝트는 정말 공을 들였다. '나무 위의 군대' 연극할 때니까 2년 전이다. 그렇게 준비해서 올해 찍은 첫 장편영화다. 그게 곧 공개될 거다.
▲ 할리우드 진출인가.
= 아니다. 우리는 뉴저지를 갔다.(웃음) 할리우드라고 하면 대형 스튜디오를 생각할까봐. 우리는 인디영화다. 배워가기도 하고, 으쌰으쌰 하면서 하기도 했다. 같이 한 최희서 배우는 제 연기 커리어 앞단을 닦아준 친구라 의미가 더 있다.
▲ '나인퍼즐' 시즌2는 어떤가.
= 저는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스케줄도 그렇고, 여러 상황들을 봤을 때 그런 거 같다. 디즈니가 알 지 않을까.
▲ 최근 비연예인 팬의 유튜브 채널 출연으로 화제가 됐다.
= 큰 이유는 아니었다. 홍보할 때 쯤, 제가 그 친구의 활동을 계속 보면서 응원했다. 이쪽 길로 들어서도 잘 될거라 생각했다. 안될 건 없으니까. 우리 작품이 나온 걸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사용하는데, 요즘은 홍보 이상으로 나라는 사람이 이렇게 지낸다고 인사하는 게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더 좋았다. 안면있고. 응원하는 사람이라면. 일반적인 홍보 방식이 아니지만 안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
▲ 유명 연예인이 특정 팬의 채널을 홍보해줬다는 반응도 있더라. 팬을 편애했다는 의견도 있더라.
= 저의 팬이기도 하지만 어엿한 유튜버이고, 제가 게스트로 나간 거다. 논리적으로 맞는게 아닌 거 같다. 감정적으로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저의 팬이 촬영장에 찾아와도 똑같이 대한다. 누구를 더 잘하고 그런거 없다. 저를 길에서나 사석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다.
▲ 이번 작품 홍보를 위해 진행된 추성훈과 만남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 거기 제작진들은 저와 추성훈 형이 비슷하다고 하더라. 잘하는 걸 뽐내는 스타일이라고. 그래서 재밌었다. 사석에서도 많이 뵙길 바란다. 그분은 유튜브를 유튜브라서 하는 게 아니더라. 사심을 채우는 목적인데, 그래서 사랑받는거 같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