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아스트로 윤산하는 새 솔로 앨범 '카멜레온(CHAMELEON)'을 내놓으며 직접 언론사를 찾아 신보를 소개했다. 신인 가수나 배우들이 인터뷰하는 방식을 데뷔 10년 차에 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그는 "직접 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에너지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체력적, 스케줄적으로 힘들지라도 인사를 드리는 게 맞지 않을까 싶었다"고 답했다.
11개월 만에 나오는 솔로 앨범. 윤산하의 열정과 애정은 남달랐다. 그간 드라마 촬영, 팬 콘서트 개최에 아스트로 단체 콘서트까지 바쁜 틈에서도 '솔로 윤산하'로서 또 한 걸음을 내디디기 위해 노력해온 시간을 전하는 목소리는 올곧았다. "단단해진 산하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앨범"이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이러한 확신이 서기까지 여러 고민과 부침이 있었다고 했다. 솔로 데뷔를 했던 때는 지난해 8월. 윤산하는 "그때 기준으로 가장 마지막 활동이 문빈 형과 함께한 앨범이었다. 형이 전체적으로 앨범을 총괄했고, 난 플레이어 입장이었다. 형이 정리하면 따라가는 식이었다. 이후 솔로를 하게 되면서 이것저것 준비를 하는데 확신이 없었다. 난 총괄하는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시작은 다소 흔들렸지만, "2집에서 가장 많이 변한 건 내 확신"이라고 말한 윤산하였다. 그는 "앨범 타이틀곡을 정할 때 형들한테 '어떻냐', '나랑 잘 어울리냐'고 물어봤는데 다 아쉬워하더라. 데모가 왔을 때 너무 하고 싶었는데 형들의 반응이 그러니까 갑자기 또 자신감이 없어지더라. '역시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휘둘렸다"고 전했다.
예전부터 형들의 말을 잘 듣는 편이었다는 윤산하는 이번만큼은 '내 뜻대로' 했다고 한다. 그 이유를 묻자 "자신이 있었다. 노래가 너무 좋아서 밀어붙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최근에 뮤직비디오를 보여줬는데 좋다는 반응이 나오더라. '아, 이게 처음부터 제작하는 아티스트의 마음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기쁨이 두배가 됐다. 다음 앨범에서도 스스로 확신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신이 안 들면 앨범도 안 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어떤 장르든 산하만의 색으로 재해석하겠다는 의미로 앨범명은 '카멜레온'으로 지었다. 타이틀곡 '엑스트라 버진(EXTRA VIRGIN)'은 컨트리풍의 코드 진행에 묵직한 힙합 리듬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하이브리드 팝 트랙이다. 1집에서 알앤비 팝 장르를 선보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선택이었다. 소년과 남자 사이에서 풍기는 이미지에 걸맞은 퍼포먼스도 더해졌다.
특히 신선한 지점은 랩이었다. 윤산하는 "원래 포지션이 래퍼가 아니라서 녹음할 때까지만 해도 쑥스러웠다. 그런데 나중에 멤버들, 지인들에게 들려주니 다들 아무렇지 않게 좋게 듣더라. 랩 파트가 나올 때 날 한 번씩 쳐다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녹음을 잘했다고 칭찬해주더라. 좋았다"며 웃었다.
이번 앨범의 목표는 '윤산하의 음악'이 많은 이들에게 남는 것이라고 했다. 윤산하는 "'아 이 친구는 자기 속마음에 있는 걸 음악으로 풀어낼 수 있는 아티스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한다. 시간이 엄청나게 지나고도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에 제 음악이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그걸로 정말 만족하고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팬들 반응을 꼼꼼하게 본다면서 "'산하가 장르다'라는 댓글이 크게 와닿았다. 그걸 보고 '자신 있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앞으로는 더 달려 나갈 일만 남았다. 첫 주연작인 KBS2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가 온에어 중이며, 솔로 팬콘도 시작해 상파울루·산티아고·몬테레이·멕시코 시티·필리핀·고베·요코하마 등에서 팬들과 만난다.
"남미는 아스트로도 투어를 해본 적이 없어요. 거긴 열기가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기대됩니다. 아스트로 돔 투어를 돌면서 '우리 아직 나쁘지 않네?'라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이제 군백기를 겪는 팀이라 솔로로도 조금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아스트로의 윤산하라고 했을 때 팀명에 뒤처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