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보다 필요한 태도… ‘이 정도면 다행이다’[김지용의 마음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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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다들 주식 얘기만 하니 저도 더 해야 할 것 같은데 미장, 국장,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고민만 하다가 결국 못 샀어요. 그냥 어디든 넣었으면 되는 건데, 결정이 왜 이리 어려울까요?”

점심 메뉴를 고르는 사소한 일부터 결혼, 이직과 같은 인생의 중대 기로까지 우리는 늘 선택의 연속에 놓여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우리는 ‘결정장애’라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진단명을 자주 입에 올릴 만큼 선택에 어려움을 느끼게 됐다. 잠시만 스마트폰을 두드려 보면 맞춤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인데 대체 왜 결정은 더 어려워지고, 결정하고 나면 후회가 몰려오는 것일까?

우선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것은 곧 다른 선택지의 포기를 뜻한다. 인간은 이익을 얻는 기쁨보다 무언가를 잃는 손실의 고통을 훨씬 크게 느끼는 ‘손실 혐오’ 심리를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있다. 손실로 인한 심리적 효과는 이득에 의한 심리적 효과보다 두 배 정도 크다. 이에 어떤 가능성을 포기하는 상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결정은 어려워진다.

게다가 뇌가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인지적 에너지는 한정돼 있다. 특히 요즘은 정보가 너무 많아서 문제다. 그 정보들을 탐색하는 데 에너지를 지나치게 소비하면, 정작 중요한 결정 앞에서는 에너지가 고갈돼 감정적이거나 충동적인 선택을 내리기 쉽다.

선택을 대하는 사람의 성향은 크게 ‘극대화자(Maximizer)’와 ‘만족자(Satisficer)’로 나뉜다. 극대화자는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모든 선택지를 비교하며 완벽을 기한다. 하지만 이들은 객관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더라도 선택하지 않은 대안의 장점을 계속 떠올리며 후회하는 반추에 빠지기 쉽다. 반면 만족자는 자신이 정해둔 명확한 기준만 충족하면 그것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결정을 내린다. 흥미로운 점은 선택에 따른 객관적인 성패와 상관없이 선택 이후의 만족감과 삶의 질은 만족자가 훨씬 높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결정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첫째, ‘나는 왜 이것조차 결정 내리기 힘든 걸까?’라고 마음속 양가감정을 자책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 생존을 위한 당연한 뇌의 반응이다. 둘째, 선택 이후에는 ‘저걸 선택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상향적 사후 가정 사고를 멈춰야 한다. 대신 ‘더 나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는데 이 정도라니 다행이다’라는 하향적 사후 가정 사고를 의도적으로 연습해야 한다. 자책이 아닌 안도감으로 연결 짓는 건강한 사고방식, 일종의 정신승리가 필요하다.

세상에 완벽히 후회 없는 정답은 없다. 각각에 따른 이득과 손실이 있기에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는 따라온다. 그렇기에 무엇을 선택하는지보다 선택 이후 내 마음을 어떻게 다루는지와 그것을 정답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끝없는 정보의 바다를 헤매며 존재하지 않는 정답의 섬을 찾느라, 또 선택했던 답을 후회하고 자책하느라 스스로를 괴롭히던 시간은 줄이자. 대신 자신의 결정을 긍정하는 만족자의 태도를 조금만 더해 보면 어떨까.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2017년 팟캐스트를 시작으로 2019년 1월부터 유튜브 채널 ‘정신과의사 뇌부자들’을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5월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32만 명이다. 에세이 ‘빈틈의 위로’의 저자이기도 하다.

※김지용 원장의 ‘매 순간 결정이 어려운 이유’ 동영상은 dongA.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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