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이 나면 산림청 공중진화대와 특수진화대가 주불을 끄고 각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진화대원이 잔불을 잡는 식으로 진화 작업이 진행된다. 이번 산불 현장에 투입된 진화대원 8명은 모두 60대였다. 창녕군 소속이지만 ‘산불 대응 3단계’ 발령에 따라 산청군까지 지원을 나섰다. 산길을 안내한 산청군 녹지직 공무원만 30대였다. 지자체 소속 진화대원은 보통 10월에서 이듬해 5월까지 일하는 기간제 근로자다. 평소 농사를 짓다가 농한기에 일당 8만 원 정도를 받고 진화대원으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진화조장이었던 고 이모 씨(64)는 홀어머니를 수발하며 농사를 지었다. 동네 어르신을 병원이며 읍내며 차에 태워 나르던 ‘동네 효자’였다. 고 공모 씨(60) 또한 홀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다. 당일 아침까지 이웃 마늘밭에 물을 대주고 나올 정도로 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고 황모 씨(63)는 지난해 일을 시작한 새내기였지만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온 동네가 울음바다가 됐다.
▷전국 진화대원 9604명 중 70%가 60대 이상이고 70, 80대도 종종 있다고 한다. 만 18세 이상이면 지원할 수 있지만 지역에 워낙 청년이 없기도 하고 처우도 열악해 사실상 고령자 일자리가 됐다. 선발 이후 받는 교육 역시 이틀 이내로 짧게 이뤄지고, 산림청 특수진화대원과 달리 갈퀴와 등짐 펌프 등 화재 진압 장비도 간소하게 지급된다. 문제는 겨울철 이상 고온과 봄철 가뭄으로 인해 산불이 잦아지고, 갈수록 대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산불 진화 자원을 총동원해도 불길이 빨리 잡히지 않으니 진화대원까지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지난 주말 전국 42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은 축구장 1만2475개(8733ha)만큼의 면적을 태울 만큼 맹렬하고 난폭했다. 강풍을 타고 불이 자꾸 번지면서 사흘간 진화율은 71%에 그치고 있다. 그런데 고령의 진화대원을 변변한 장비도 주지 않은 채 헬기를 띄워도 접근이 어려운 대형 산불 진압에 투입했다. “마지막이 얼마나 뜨거웠을까….” 남은 가족은 울음을 참지 못했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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