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요원”이라고 했다. “인원”이라는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의 증언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직접 “사람이라는 표현을 놔두고, 또 의원이면 의원이지 인원이란 말은 써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증언의 신빙성을 흔들려는 의도일 것이다. 이렇게 주장한 탄핵심판 변론에서 윤 대통령은 인원이란 단어를 세 차례나 사용했다. 인원을 언급한 다수의 과거 발언도 재조명됐다. 그러자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가 “윤 대통령이 ‘인원이란 말을 안 쓴다’고 진술한 의미는 이 사람, 저 사람 등 지시대명사로 이 인원, 또는 저 인원이란 표현을 안 쓴다는 뜻”이라고 옹호했다.
▷석 변호사는 헷갈릴까 봐 예문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이 ‘인원수가 얼마냐’ ‘불필요한 인원은 줄여라’ ‘인원만큼 주문해’ 등에선 인원이란 단어를 쓴다고 했다. 보통명사, 즉 단체를 이룬 사람들이나 그 수를 가리키는 본래 의미로는 사용한단 뜻이다. 하지만 ‘이 인원은 싫어’ ‘저 인원이 오면 나는 안 갈래’처럼 사람을 지칭하는 지시대명사로는 쓴 적이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 쪽팔려서 어떡하나’ 발언을 두고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를 맞히던 국어 듣기평가 못지않게 난도가 높다.
▷윤 대통령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방어한 듯하지만 그야말로 엉뚱한 소리다. ‘인원’은 쓰임을 달리해 쓰려야 쓸 수가 없다. ‘인원’은 보통명사다. 원래 대명사로 쓰일 수 없다. 설령 대명사로 쓰더라도 ‘이것’ ‘여기’처럼 사물, 장소를 가리키는 지시대명사는 될 수가 없다. 계엄령을 계몽령으로, 내란을 소란이라고 해서 국어사전을 펴게 하더니 문법도 다시 공부할 판이다. “평화적 계엄” “경고용 계엄” “계엄 형식을 빌린 호소” 등 뜨거운 아이스커피 같은 모순된 단어로 위헌, 위법이라는 계엄의 본질을 희석하려는 시도의 연장선일 뿐이다.▷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두 달이 넘었다. 그간 윤 대통령과 변호인들이 현란한 법기술로 계엄 사태의 본질을 흐리려는 것을 지켜봤다. 이제는 국어 문법을 비틀어가면서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그런 변명을 옮겨 적는 것만으로도 참담한 심정이다. 언제까지 이런 모습을 보일 것인가.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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