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승련]대선에서 尹 찍은 유권자들의 뚜렷한 분화

1 month ago 8

2022년 3·9 대선 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48.6%를 얻어 당선됐다. 1639만 표로 역대 최다 득표였다. 3년이 흐른 지금 이들은 12·3 비상계엄과 탄핵을 어떻게 여길까. 최근 지방을 돌며 열리고 있는 탄핵 반대 집회는 윤 대통령을 찍었던 이들의 여론을 얼마나 대표하고 있는 걸까. 중견 정치학자 싱크탱크인 동아시아연구원(EAI)이 10일 공개한 ‘2025년 양극화 인식 조사’는 이런 의문에 답을 찾는 시도였다.

▷웹 조사에 응답한 1514명은 자신을 강성 보수(9.6%), 온건 보수(17.2%), 중도(46.4%), 온건 진보(17.2%), 강성 진보(9.6%)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지지자가 27.3%였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는 31.0%였다. 최근 전화 여론조사 때 나타나는 정당 지지율 차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3년 전 윤 후보를 찍었다고 답한 450명의 정치적 분화다. 450명 중 “나는 강성 보수”라고 답한 응답자는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여전히 강했다. 대통령 호감도를 점수(0∼100점)로 매겼더니, 강성 보수의 평균은 78.5점이었다. 그러나 온건 보수는 중간값(50점)을 조금 웃도는 54.2점, 중도 가운데 윤 후보를 찍었던 이들을 뜻하는 중도 보수는 34.9점이었다.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야당의 국정 비협조, 안보·사회질서 회복 등 계엄 명분에 대한 평가도 크게 엇갈렸다. 강성 보수는 야당의 발목 잡기(10점 만점에 8.6점), 안보와 질서 유지(7.9점)라는 계엄 사유에 비교적 수긍했다. 하지만 중도 보수의 동의 수준은 매우 낮았다. 발목 잡기는 5.1점, 안보·질서 유지는 3.8점에 그쳤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인식 차이도 뚜렷했다. 지난 대선의 공정성에 대해 4점 척도로 물은 결과, 강성 보수는 3.06점으로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강한 반면 중도 보수는 2.35점으로 낮았다. 윤 대통령을 찍었던 유권자들의 분화(分化) 양상을 보여준다.

▷최근 탄핵 반대 집회 등을 통해 강성 보수의 목소리가 더 부각되고 있지만 중도의 목소리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는 게 EAI의 분석이다. 이는 강성 보수의 정치 효능감에 대한 인식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나는 사회의 중요한 정치적 문제를 잘 안다”는 항목(1∼5점)에서는 강성 보수(4.4점)가 중도 보수(3.7점)보다 점수가 높았다.

▷이번 EAI 조사는 응답자 1514명 가운데 강성 보수(125명)의 적극성과 대조되는 중도 보수(247명)의 소극적 태도를 조명하고 있다. 서울대 강원택 교수는 “계엄 불가피성 인정이나 탄핵 반대 목소리는 강경파의 의견으로, 온건 또는 중도 보수의 생각은 다르다”고 분석했다. 목소리는 높지 않지만 ‘침묵하는 중도’의 민심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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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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