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과 이정현 전 대표가 8일 대선 도전을 선언했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도 출마를 위해 이날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이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 반대를 주도했던 나경원 윤상현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거론된다. 황교안 전 대표는 탈당 후 출마를 예고했다. 당 일각에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영입 의견까지 나온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처럼 압도적 1등 후보가 없는 가운데 ‘나도 한번’ 하는 심정이 있을 것이다.
▷경선 참여를 위해선 당에 기탁금을 내야 한다. 후보 난립 방지를 위한 것으로, 3년 전 대선 때 국민의힘은 1억 원을 책정했다. 4월 말 결정짓게 될 최종 후보군에 못 끼는 후보들은 길어야 보름 동안 대선 예비후보의 지위를 얻게 된다. 컷오프되는 후보라면 연설과 경선토론 몇 번 참여하는 비용만으로도 억대의 돈을 써야 한다. 캠프 임차료와 홍보 비용 등을 합치면 부담은 더 늘어난다. 그런데도 도전자는 넘친다. 대선주자라는 이력과 인지도를 쌓으면서 내년 지방선거와 차기 당 대표 선거를 준비하겠다는 마음도 있을 것이다.
▷경선 참여가 이들에게 마냥 꽃길이 될 리는 없다. 국민의힘은 2번 연속해서 자당 대통령이 파면당했다. 경선 주자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비롯해 대통령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새 정치가 뭔지 질문받을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이란 상투적 답변으로는 곤란하다. 대선주자급 정치인이라면 중요한 자리에 있었으면서도 왜 대통령의 실패를 막지 못했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국민의힘은 대선 체제로 돌아섰다. “하루의 치유면 충분하다”는 어느 예비후보의 말을 당은 믿는 듯하다. 2차례 탄핵은 보수정치에 완전한 깨어짐을 요구한 국민의 명령이다. 이번 경선이 잠룡들의 ‘대선 이후’를 준비하는 수단 정도라면, 수긍할 유권자가 얼마 없을 것이다. 13명이건 15명이건 잠룡들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자기 정치의 본질과 밑바닥을 드러낼 때가 온 것이다. 열성 지지층 눈치 보느라 옹색한 답이 나오지 않기를 기대한다.
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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