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현우의 AI시대] 〈37〉AI 기본사회가 절실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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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현우 서울대 산업공학과 객원교수황보현우 서울대 산업공학과 객원교수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대표 공약으로 '인공지능(AI) 대전환'(AI Transformation:AX)을 통해 대한민국을 AI 세계 3대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고 제시해 왔다. 이는 100조원 규모의 민관 공동 투자를 통해 GPU, 데이터센터, AI 고속도로 등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전 산업의 AI 대전환을 통해 대한민국의 경제를 부흥시키고자 하는 산업 전략의 일환이다.

이와 더불어 이 대통령은 누구나 고성능 AI에 손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시대 실현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는 AI로 인한 사회 양극화를 방지하고, 모든 국민이 AI로 함께 잘 살아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또, AI 기술의 혜택을 일부 기업이나 계층에 한정하지 않고 전 국민에게 확산시키겠다는 정책적 지향이 담겨 있다. 즉, '모두의 AI' 정책에는 기술 발전만으로는 진정한 AI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다.

또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직속조직으로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고, 국민 생활 전반을 AI로 혁신하겠다는 비전을 담은 'AI 기본사회' 개념을 발표한 바 있다. 디지털AI통신분과 위원장을 역임한 성균관대 김선우 교수에 따르면 AI 기본사회는 AI를 활용해 복지, 돌봄, 교육, 주거, 의료 등 국민의 기본권을 보다 세밀하게 보장하고, AI에 대한 접근성과 AI의 공공성 확보를 통해 국민에게 디지털 보편권을 제공하는 사회다. 즉, AI를 수단으로 삼아 '기본사회'라는 새로운 사회복지 모델을 실현하겠다는 시도다. 이는 다수의 AI 전문가들이 이재명 정부의 AI 정책에 기대를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 산업혁명으로 인한 자본주의의 발달은 부르주아(Bourgeoisie)라 불리는 자본가 계층과 프롤레타리아(Proletariat)로 대변되는 노동자 계층의 분화를 초래했다. 이후 인터넷, 모바일을 비롯한 정보기술(IT)의 발전은 디지털 디바이드(divide:격차) 현상을 통해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간 빈부 격차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생성형 AI와 에이전틱 AI, 피지컬 AI의 대중화에 따라 'AI 디바이드'는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개인의 'AI 리터러시(literacy:문해력)'를 향상시키기 위한 공교육 관점의 접근과 AI 기본사회 구현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25 AI 일자리' 보고서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의 직원 1인당 매출액 성장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3배가량 높으며, AI 기술을 보유한 직원의 임금이 그렇지 않은 직원보다 56% 높다고 밝혔다. 이는 AI 활용 역량에 따라 개인과 조직의 경제적 성과가 현격히 갈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월 수만원부터 시작하는 AI 도구 사용료는 계층간 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챗GPT를 비롯한 AI 도구 구독료가 인상될 경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개인, 학교, 기관, 기업들만 생존이 가능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따라서 AI 기본사회의 구현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AI 공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대한민국 공교육은 더 이상 전인 교육과 입시 교육에 실패한 전례를 답습해서는 안 되며, AI 기본사회 구현을 위한 주춧돌이 되어야 한다.

AI 공교육과 관련한 해외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과 중국 등 AI 강국들은 일찌감치 AI를 공교육 커리큘럼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초중고 정규 교육과정에 AI를 포함하는 'AI 교육 확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 교육부는 전국 초·중학교 184곳을 AI 교육 거점으로 지정하고,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AI 의무교육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반해 우리의 교육 현장은 너무 신중하고, 느긋하다. 2022년 교육과정 개편으로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정보 교과의 비중이 높아졌지만,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들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초등학교에서는 6년 5892시간의 수업 시간 중 정보는 실과 시간의 일부로 중 34시간을 교육하는 게 전부다. 중학교에서는 정보 교과가 필수과목으로 채택되어 있지만, 3년간 전체의 2%에 남짓한 68시간을 다루는데 그친다. 고교에 들어서면 선택과목으로 전락할 뿐만 아니라, 대학 입시를 앞둔 학교에서 이를 학습하는 것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AI G3의 경쟁국인 영국(374시간), 일본(405시간)과 비교해도 낮은 수치다.

최근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 국민 대상의 AI 맞춤형 교육을 위해 'AI 전사(戰士) 육성사업단'을 출범하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다.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부가 공동으로 총괄을 맡고, 기획재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투입을 위해 AI국을 신설하기로 한 것도 반가운 소식이다. AI 역량을 강화할 대상을 학생으로 한정하지 않고, 직장인, 청년과 군인, 핵심인재군까지 포함하기로 한 것도 높게 평가할 만하다.

많은 AI 전문가들은 국가대표 AI 기업을 육성하는 것만큼, 전국민의 AI 리터러시 향상이 중요함을 지적하고 있다. AI 네이티브를 양성하고, AI 디바이드가 없는 'AI 기본사회'를 구현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AI 기본사회' 실현을 위한 전방위적인 협력이 절실하다. 정부는 정책 설계와 예산 지원, 기업은 AI 서비스 접근성 확대, 학교는 AI 공교육 강화, 연구기관은 기술개발과 평가체계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모든 국민이 AI 기술의 혜택을 누리며,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민·관·학·연이 함께 노력할 때다. AI 발전이 새로운 격차와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특히 사회적 약자와 소외 계층이 AI의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황보현우 서울대 산업공학과 객원교수 scotthwangbo@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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