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게 식어버린
내 고양이
너를 안고
백 살
이백 살 속으로
걸어가는 밤
귓속에
무개화차가 지나간다
삶이 돌아오지 못하도록
―신미나(1978∼ )
“너를 안고/백 살/이백 살 속으로/걸어가는 밤”이라니, 얼마나 큰 슬픔일까? 읽을 때마다 눈물이 후드득 떨어질 것 같다. 슬픔으로 한자리에서 늙어버린 사람을 만지면 잿더미처럼 부서지리라. 무엇도 그를 위로할 수 없을 것처럼 비장하고 날이 선 공기마저 느껴지는 것 같다. 화자가 안고 있는 건 죽음이 아니다. 그는 무거운 사랑을 안고 영원이라는 지옥으로 가고 있다. 귓속으로 무개화차가 지나가는 시간, 화자는 돌연 레일을 고정해 둔 “갱목을 하나씩” 뺀다. 죽은 것이 돌아오게 해달라고 비는 대신 삶이 돌아오는 것을 거부한다. 죽음이 도착했으니 삶도 거두어 가라는 선언일까? 제목의 의미를 알 것도 같다. 블랙아웃이 바닥이 있는 아득함이라면, 화이트아웃은 바닥 없는 공중에서 눈발처럼 헤매는 기분이리라. 비 오는 3월 아침에 이 시를 다시 읽는다. 얼마나 여러 번 읽었는지! 두 마리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로서 읽을 때마다 다른 지점에서 발이 빠진다. 알 것도 같고, 다는 모르겠는 마음인데 실은 두려워 모르고 싶은 심정이 맞을 것이다. 영국 작가 존 버거는 언어는 언제나 경험보다 작다고 했다. 아직 경험이 없으니 내 언어는 더욱 가난해질 수밖에. 다만 한 가지는 안다. 동물을 사랑하면,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사랑이 쉽다. 정말이다. 체온을 맞대고 말없이 각자의 눈동자에 고인 서로의 마음을 바라보고, 이름을 불러주다 보면 깊이 빠져버린다. 너무 쉬워 무서운 사랑이다.
박연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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