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관광을 비롯해 지도 데이터를 활용한 자율주행 서비스 등의 활성화를 위해 고정밀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을 막고 있는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관련 규제를 풀어 구글맵 등 글로벌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을 한국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게 되면 2027년까지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약 680만명 증가하고, 부가가치 3조9000억원을 창출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예측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김득갑·박장호 객원교수가 ‘관광레저연구’ 제36권 2호에 기고한 ‘디지털 지도 서비스 규제 개선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지도 기반 비즈니스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의 과감한 변화를 촉구하는 게 골자다.
이들은 “정부는 디지털 지도 관광의 활성화 측면에서 토종 앱을 보호하기 위해 오랫동안 지속돼온 글로벌 지도 앱에 대한 규제를 과감히 풀어줄 필요가 있다”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산업의 경쟁력 향상에 넷플릭스나 유튜브가 기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내 지도 앱 시장이 경쟁체제로 바뀐다면 건강한 산업 생태계 육성 및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국가 안보상 이유로 위성 사진을 포함한 지리적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금지, 구글·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에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연구진은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지리적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글로벌 1위인 구글맵은 국내에서만 유독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오류도 많다. 평소 구글맵을 이용하는 방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유다. 구글맵은 해외에선 보편화된 서비스로, 한국인 사이에서도 외국 관광을 할 땐 필수 앱으로 통하지만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알려진 국내에선 구글맵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최근 방한 외국인 관광객 대상 설문 결과를 보면 지도 앱이 한국 여행 관련 가장 불만족한 앱 상위권에 올랐다. 특히 해외 이용자가 많은 구글맵이 길찾기 등 지도 서비스의 핵심 정보가 미흡해 불만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았다. 때문에 토종 지도 앱이 내국인에게는 편리하지만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자칫 한국이 ‘관광 갈라파고스’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구글은 앞서 2007년과 2016년 정부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요구했으나 허가를 받지 못했으며 최근 데이터 해외 반출을 재차 요청했다.
연구진은 “토종 앱들이 국내 지도 서비스 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 규제가 국내 기업들의 시장 독점을 지켜주는 방파제 역할을 하는 셈”이라며 “그 결과 국내 기업들의 지도 서비스는 한국인 전용 서비스로 개발돼 국내 시장에 안주하고, 다양한 외국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글로벌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연내 지리적 데이터의 해외 반출이 허용된다는 가정 하에 구글맵이 가져올 경제 효과에 대해 “2027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약 680만명 증가 △관광 수입 226억달러(약 32조7700억원) 증대 △신규 일자리 8000개 창출 △부가가치 3조9000억원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글로벌 지도 앱 참여로 경쟁 환경이 조성되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자율주행 차량,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로봇 등 지도 기반의 다양한 혁신 제품 시장 활성화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