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겁게 타오르는 증시를 보고 있으면, 마음 한 켠으로 서늘한 불안감이 자리 잡는다. 누가 며칠 만에 얼마를 벌었다는 ‘카더라’에 휩쓸려 짧은 시간에 승부를 보려는 ‘몰빵’ 투자나 고위험 파생상품에 뛰어드는 이들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그 무모함은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하고 돌진하는 돈키호테를 떠올리게 한다.
현대판 돈키호테들에게 주식투자는 마치 흥미진진한 한 판의 게임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스마트폰 속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화려한 사용자환경(UI)과 실시간으로 변하는 숫자는 손쉽게 현실감을 잊도록 만든다. 하지만 30여 년간 투자의 최전선에서 수많은 성공과 실패의 시나리오를 지켜본 사람으로서 단언컨대, 투자는 결코 게임이 돼서는 안 된다.
투자와 게임의 가장 큰 차이는 ‘리셋(Reset)’의 가능 여부에 있다. 게임은 캐릭터가 쓰러져도 버튼 하나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의 세계는 다르다. 여기에는 리셋 버튼이 없다. 우리가 투자에 쏟아붓는 돈은 단순히 숫자에 불과한 게임머니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가 흘린 땀방울과 인내의 결정체다. 섣부른 판단과 과도한 욕심으로 애써 모은 종잣돈을 잃게 된다면, 단순히 계좌에 찍힌 숫자가 아니라 내 미래의 안락함이나 지키고 싶은 가치를 영구히 상실할 수 있다. 10년 뒤의 편안한 노후와 자녀의 앞날을 지켜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무모한 판단, 성급한 결정으로 허무하게 던져버려선 안 된다.
진정한 투자의 본질은 상승할 만한 종목을 찍어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의 설계도에 맞춰 자산을 정교하게 배분하는 ‘건축’의 과정이어야 한다. 집을 지을 때 벽돌 한 장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구조와 지반의 견고함이다. 마찬가지로 투자에서도 특정 종목의 수익률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내 생애주기에 맞춰 어떻게 자산을 배분하고 지킬 것인지 고민하는 설계도 작성이 선행돼야 한다.
나는 투자자들이 시장의 도파민에 중독된 게이머가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묵묵히 설계해 나가는 현명한 건축가가 되기를 바란다. 투자가 지루할 만큼 평온하고 정교해질 때, 그 투자자의 미래는 비로소 단단한 반석 위에 올라설 것이다.
거대하고 복잡한 인생 설계 과정에서 전문가의 조언은 필수적이다. 망망대해를 헤쳐나갈 때 유능한 항해사가 필요하듯, 급변하는 자본시장에서 개인의 판단만으로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전문가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자신의 위험 성향을 파악하고, 시장의 노이즈에서 벗어나 장기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산 증식의 지름길이라고 믿는다.
돈키호테 곁에는 “저것은 거인이 아니라 풍차일 뿐입니다”라고 끊임없이 외치는 충직한 종자 산초 판자가 있었다. 뜨거운 증시 열기에 취해 불나방처럼 무모하게 뛰어들려는 투자자가 있다면, 먼저 자신만의 산초를 하루빨리 찾아보기를.

3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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