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속도를 낼 수 없을까요.”
대표가 되고 난 뒤 가장 자주 한 말이었다. 하지만 우주 산업은 단순한 속도전이 아니다. 한 번 올라가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지상에서의 작은 타협이 우주 궤도에서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출연연구소에서 국가 위성을 만들 때는 완성도를 최우선에 두고 긴 호흡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일정은 중요했지만, 실패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시간을 충분히 쓸 수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다르다. 발사 슬롯을 놓치면 6개월, 길게는 1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 사이 시장은 변하고 경쟁사가 먼저 궤도에 오른다. 기술이 있어도 타이밍을 놓치면 의미가 없다. 기업에게 속도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다.
우리의 첫 번째 위성 ‘블루본’을 개발할 당시, 나는 내부적으로 6개월 완수를 목표로 세웠다. 그 시간 안에 지구를 촬영하는 본질적인 기능을 구현해야 했고, 소형 위성에서 상용급 해상도를 확보하기 위해 자동초점 조절 장치를 새로 설계했다. 개발이 끝나면 곧바로 진동시험과 열 시험 등 극한의 우주 환경을 견딜 수 있는지 테스트도 해야 했다. 일정이 조금만 밀려도 발사는 다음 차례로 넘어갈 상황이었다. 그때 우리는 질문을 바꿨다. “얼마나 빨리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어디까지 반드시 완성해야 하는가”로.
우주 개발에는 크게 두 가지 접근이 있다. 모든 위험을 시험으로 최대한 제거하는 방식이 있고, 시험으로 다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은 설계와 운용 전략으로 감당하는 방식이 있다. 스타트업에서 시간과 자원은 유한하다. 모든 부품을 우주급으로 채우고 모든 시험을 다 수행하는 길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그 대신 핵심 리스크는 반드시 검증하고, 나머지는 구조적으로 통제하기로 했다. 큐브위성으로 시작한 것도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속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내부 원칙도 세웠다. 반드시 우리가 직접 해야 할 영역을 구분해 업무를 효율화했다. 대표적인 예로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네트워크 통신과 데이터 처리 같은 범용 기술 영역은 검증된 오픈소스를 활용해 개발 속도를 높이고, 우주 환경에 특화한 핵심 알고리즘과 제어 로직은 직접 개발했다. 우리가 추구한 것은 단순한 빠름이 아니라 책임을 외주화하지 않는 우리만의 속도였다.
그렇게 목표한 기간에 위성을 완성했고, 스페이스X의 발사체에 실려 우주로 향했다. 그러나 우리는 환호하지 않았다. 진짜 검증은 궤도에서 시작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첫 위성영상이 내려오고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박수를 터뜨렸다. 그때 깨달았다. 속도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 아니라 어떤 위험을 감당할지 선택하는 일이라는 것을.
우주 산업에 ‘빨리빨리’가 통하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겠다. 물론 통한다. 다만 명확한 기준이 있을 때만. 속도는 전략이고, 안전은 신뢰다. 신뢰가 쌓일 때 비로소 속도는 경쟁력이 된다. 우리는 그 균형 위에서 사업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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