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나 출장 잡혔어. 아이들 좀 봐줄 수 있어?”
여동생의 전화였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맞벌이하는 동생은 갑작스레 해외 출장을 가게 됐다. 조카 둘은 초등학생. 학교 마치고 집에 들어와 냉장고 문을 열고 즉석 간식으로 허기를 달랜 뒤 학원으로 향한다고 했다. ‘그래도 큰 문제야 있겠어’ 싶던 마음은 며칠간 함께 지내보니 걱정으로 바뀌었다. 텅 빈 집안, 혼자 먹는 라면,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시간들. 그 모습이 안쓰러워 결국 여동생에게 직장을 그만두는 게 낫지 않겠냐는 말까지 꺼냈다.
하지만 내가 시장이 되고 보니, 그때의 울컥한 마음이 정책이 됐다. 아이들이 혼자 방치되지 않고, 부모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그런 마음에서 시작한 것이 바로 과천시의 ‘마을돌봄나눔터’다. 아파트 단지 내 유휴 공간 및 주민센터 커뮤니티룸을 활용한 이 공간은 단순한 돌봄시설이 아니다. 마을 전체가 함께 아이를 품는 공동체 기반 돌봄의 실현이었다. 학원 전까지의 틈새시간, 간식을 챙겨주고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아이들에게는 정서적 안전망이, 부모에게는 믿음이 됐다.
이 정책은 행정만으로 완성될 수 없었다. 첫 마을돌봄나눔터가 들어선 대단지 공동주택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장소를 제공하고 공과금을 부담했으며, 지역 기업은 교재교구와 친환경 자재를 지원했다. 학부모는 공기청정기를 기부하고 아이들 책상을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강사들은 경력 단절 여성과 지역 재능기부자들이 함께했다.
물론 쉽지 않은 순간도 있었다. 2호 돌봄나눔터를 설치하려 했을 때, 협의를 위해 방문한 공무원이 잡상인 취급을 받는 일이 있었다. 그 말을 듣고 참지 못한 나는 직접 전화를 걸어 따졌다. 결국 그 공간은 재건축사무소로 사용됐고, 우리는 다른 길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주민센터 1층 커피숍 공간을 리모델링해 두 번째 마을돌봄나눔터가 탄생했다. 더 따뜻하고, 더 마을다운 모습으로.
노력들은 결실을 맺었다. 2017년 과천시 마을돌봄나눔터는 보건복지부 ‘다함께돌봄’ 시범사업으로 선정됐고, 과천형 가족돌봄정책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도 주목받는 모델로 성장했다.
해외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핀란드의 ‘네이벌후드 하우스’는 지역 주민이 함께 아이를 돌보는 공간이다. 이웃 할머니가 책을 읽어주고, 퇴직한 교사가 숙제를 봐주는 모습이 일상이다. 복지 선진국이라는 말이 실감 났지만, 과천의 마을돌봄나눔터 또한 그에 못지않은 품격과 따뜻함이 있다고 믿는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내가 일하고 있는 과천시의 정책들이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민선 6기부터 시작한 마을돌봄나눔터 사업을 필두로, 출산과 육아를 함께 책임지는 정책을 꾸준히 실천해왔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아이와 가족’이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건 한 가정의 몫이 아니라 마을 전체의 과제다. 우리는 그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고, 시민과 함께 해냈다. 앞으로도 과천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라고, 부모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도시로 계속 성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