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융업계는 말 그대로 대전환의 시기를 겪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보어드바이저, 챗봇, 모바일 플랫폼…. 이런 기술은 고객의 투자 경험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고 증권업 역시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실제로 많은 고객이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스마트폰 하나로 계좌 개설부터 투자까지 대부분의 업무를 처리한다. 고객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거나 AI의 투자자문을 참고하며 챗봇과의 대화를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이 일상적인 금융의 풍경이 됐다.
비대면 채널의 성장은 분명 환영할 만한 흐름이다. 이는 고객에게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줄여주고 더 많은 편의와 선택지를 제공한다.
하지만 기술이 모든 것을 바꿔 놓는 흐름 속에서도 나는 늘 자신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기술을 통해 무엇을 더 잘하게 됐는가?’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우리가 기술 속에서도 절대 놓쳐선 안 되는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금융의 본질은 신뢰다. 고객은 자신의 소중한 자산을 우리에게 맡기며, 그 선택의 기반에는 수익률뿐 아니라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다. 수십 년간 금융 현장을 지켜보며 나는 확신하게 됐다. 탁월한 투자 판단은 수치와 알고리즘 너머, 고객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누군가에게는 퇴직금을, 누군가에게는 자녀 교육자금을,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노후 자산을 관리하는 일. 이 모든 의사결정에는 단순한 계산을 넘어선 ‘삶의 맥락’이 존재한다. 고객이 바라는 것은 단지 수익이 아니라 나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고민해주는 파트너다. 내가 직원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도 투자는 단기적 수익이 아니라 고객 생애의 중요한 순간을 함께 설계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특히 증권업처럼 복잡성과 변동성이 높은 영역에서는 정답보다 올바른 방향이 중요하고 숫자보다 맥락이 중요하다. AI는 정확하고 빠를지언정 고객의 마음을 읽고 그에 맞는 언어로 전달하는 것은 사람이다. 알고리즘이 정답을 찾는 시대라지만 ‘맞는 답’보다 ‘맞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것도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디지털 혁신과 함께 ‘휴먼 터치’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투자 여정의 동반자로서 진심을 전하는 것. 상담 한 통화, 메시지 한 줄에도 전문성과 진정성을 담는 것. 이것이 우리 증권사가 지향하는 금융의 철학이며, 고객과의 관계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다.
앞으로의 금융은 기술과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일 것이다. 기술은 도구가 되고 사람은 방향이 돼야 한다. 증권업에 몸담은 지 35년,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단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고객과의 관계며, 관계의 시작은 신뢰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금융의 본질, 그 중심에 언제나 사람이 있음을 잊지 않도록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