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나면 대개 얼굴을 마주하고 인사한다. 회의를 하든, 행사에 가든 늘 상대방과 눈을 맞추고 악수부터 한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턴가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는 일이 익숙지 않아졌다. 챙길 일정이 많다는 핑계로 가장 늦게 도착해 먼저 자리를 뜨고, 자리마저 앞쪽에 앉는 일이 많아 더 그런 듯하다.
뒷모습이란 물리적 위치보다 관계의 거리에 따라 마주하게 되는 장면 같다. 관심이나 애정이 있어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뒷모습은 그렇다. 등교하는 아이의 작지만 단단한 발걸음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 잘 보내길 바라던 마음, 나보다 한참 앞서 걸어가는 부모님의 뒷모습에서 느껴지던 삶의 무게, 일상에 치여 오랜만에 만난 죽마고우와 헤어질 때도 돌아서기 전 눈빛보다 멀어지는 발걸음에 더 오래 마음이 머문다.
그래서 종종 누군가의 뒷모습에 관심과 애정을 담은 시선을 보내게 된다. 그렇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이야기가 있다. 어쩌면 진심은 정면보다 뒷모습에서 더 잘 전해지는지도 모르겠다. 정제된 언어가 아니라 살아온 시간과 마음이 녹아 있는 모습이라 잔상이 더 오래 남는다.
지난 두 달간 지면을 통해 독자와 만나며 주로 기업인의 애로와 고충, 지역 경제가 처한 현실, 정책 지원의 필요성 같은 이야기를 다뤘다. 세세하게 전하지 못한 이면에는 현장의 소소하지만 따스한 장면이 숨어 있었다. 교육을 마친 뒤 한참을 남아 질문하는 신입사원의 뒷모습엔 말로 다 할 수 없는 열정과 불안이 묻어 있고, 사라져가는 시장 골목을 지키는 상인의 뒷모습엔 세월의 무게와 삶의 절박함이, 긴 시간 한 자리에서 버텨온 중소기업 대표의 뒷모습엔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책임감과 후배 기업인들을 향한 미안함이 뒤섞여 있다. 이런 장면들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또 다른 얼굴일 것이다.
나의 뒷모습은 다른 누군가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있을까. 익숙한 일상을 잠시 멈추고 한 꼭지 글에 눈길을 머물러준 독자들이 박스 상단에 있는 내 얼굴을 마주하며 그 뒷모습도 상상해줄까. 기업인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뚝심,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고군분투한 모습 그리고 그 안에서 문장 사이사이 담아보려 애쓴 따뜻한 봄기운도 떠올려주면 좋겠다.
지금도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수많은 뒷모습을 마주하고 있을 것이다. 때로는 기업인의, 때로는 자식 부모 동료의, 혹은 자기 자신의 뒷모습까지도…. 그런 시선에 애정을 담아 서로의 자리를 가만히 바라봐주고 따뜻하게 기억해줬으면 한다. 그리고 욕심이겠지만 내가 지면에 남긴 글도 누군가의 기억에서 좋은 뒷모습으로 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