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韓·인도에 부는 에너지 협력의 새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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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韓·인도에 부는 에너지 협력의 새 바람

세계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지난 몇 주간 나는 인도와 한국이 수입 탄화수소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고 놀랐다. 만일 두 나라가 수입 없이 자국 에너지 수요의 대부분을 스스로 충족해야 하는 미래가 온다면 어떨까?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심지어 서로의 에너지 안보를 지원하는 미래가 가능하다면?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인도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세 가지 조용한 혁신을 지켜보면서 생각이 바뀌고 있다.

인도에선 원자력 분야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4월 인도는 소비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연료를 생산하는 500㎿급 프로토타입 고속증식로 가동에 성공했다. 3단계 원자력 프로그램의 2단계에 진입하며 인도는 상업용 고속증식로를 운영하는 세계 두 번째 국가가 됐다. 앞으로 인도에 풍부하게 매장된 토륨으로 폐쇄형 핵연료주기를 구축해 에너지 자립을 이루는 것이 인도의 목표다.

인도는 특히 현재 8GW 수준인 원자력 발전 용량을 2047년까지 100GW로 확대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해 해외 및 민간 기업 참여를 쉽게 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또 인도 정부는 200㎿, 55㎿, 5㎿급 소형 모듈 원자로(SMR)의 설계, 개발, 도입을 지원하고 2033년까지 최소 다섯 기 이상을 운영할 계획이다. 한국 원전 기업과의 협력 잠재성이 커진 셈이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인도는 2030년까지 비 화석 연료 발전 용량을 500GW로 늘릴 계획이다. 2027년까지 1000만 가구에 지붕형 태양광을 보급하기 위해선 전력 공급 안정성을 높이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구축이 필수적이다. 2030년 인도의 배터리 ESS 수요는 약 208GWh로 예상된다. 전 세계 수요의 약 7분의 1가량이다. 인도 정부는 생산 연계 보조금(PLI) 제도 도입 및 저금리 금융 지원으로 글로벌 기업 유치에 힘쓰고 있다. 이는 한국 배터리 기업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린 수소 분야도 최근 인도의 핵심 에너지로 부상하고 있다. 2030년까지 125GW 규모 재생에너지 시설이 그린 수소 생산에 투입된다. 이를 위해 인도 정부는 주요 항구 세 곳을 그린 수소 허브로 지정하고 생산, 소비, 수출을 체계화하기 위해 인도 전역에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생산 비용도 인도산 그린 암모니아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주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인도 그린 수소 공급기업이 한국과 세계 최대 규모의 그린 암모니아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지금도 우수한 인도 그린 수소 제조사들이 한국 전력회사에 경쟁력 있는 공급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는 오늘날 기술과 지정학의 융합으로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 모두 익숙한 영역에서 벗어나 한 걸음 더 과감하게 인도와 에너지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하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인도 방문 기간 발표한 ‘인도·한국 간 에너지 자원 안보 공동성명’은 양국 협력을 가속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양국이 손을 맞잡고 에너지 자립과 탄소 중립이라는 공동 목표를 향해 힘차게 전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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