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만보 못 채워도…더 빨리 걸을수록 심혈관질환 위험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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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8.11 14:23 수정2025.08.11 14:23

일일 걸음 수가 권장량인 1만보에 못 미쳐도 더 빨리 걸을수록 심혈관 질환 위험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1일 이매뉴얼 스타마타키스 시드니대 교수 연구팀은 유럽 예방심장학 저널(EJPC)에 게재한 ‘고혈압 환자의 일일 걸음 수 및 강도와 주요 심혈관 사건과의 연관성’ 논문에서 하루에 30분간 분당 80보 이상의 속도로 걸을 경우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위험이 30% 감소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의학 데이터베이스(DB)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평균 연령 64세의 고혈압 환자 3만6192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들은 2013~2015년 사이 고혈압 진단을 받은 뒤 손목 착용 기기를 통해 7일 연속으로 하루 걸음 수와 속도를 측정했다.

우선 연구 결과 걸음 수가 늘어날 수록 심혈관 질환 위험도는 떨어졌다. 일일 2344보 이상 걸을 때 걸음 수가 최대 1만보까지 1000보 늘어날 때마다 고혈압 환자의 심근경색, 심부전, 뇌졸중 등 주요 MACE 위험은 16.5% 떨어졌다. 심부전, 심근경색, 뇌졸중 위험도는 각각 21.6%, 14.8%, 24.0% 낮아졌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하루 걸음 수가 1000보 증가할 때마다 10만인년(1명을 1년간 관찰한 값) 당 MACE 발생이 평균 31.5건 감소하고, 심부전은 7.2건, 심근경색은 9.9건, 뇌졸중은 10.4건 줄어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걸음 수가 1만보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매일 꾸준히 빠른 걸음을 걸으면 심혈관 질환 위험이 떨어진다는 게 연구의 핵심이다. 스타마타키스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하루 걸음 수와 심혈관 질환 간 용량-반응 관계를 입증한 첫 연구 중 하나”라며 “고혈압이 있는 경우 하루 1만보가 안 돼도 더 빠르게 많이 걸으면 심혈관 사건 위험을 낮출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전 세계 약 12억8000만명이 가진 고혈압은 주요 심혈관 질환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학계에서는 고혈압이 심부전 위험을 77~89%, 뇌졸중 위험을 62%, 관상동맥질환 위험을 49% 높이는 것으로 추정한다. 연구팀은 3만7350명의 데이터 분석 결과 고혈압이 없는 사람도 하루 걸음 수가 1000보 늘어날 때마다, MACE와 심부전, 심근경색, 뇌졸중 위험이 각각 평균 20.2%, 23.2%, 17.9%, 24.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스타마타키스 교수는 “이 연구는 하루 걸음 수가 널리 권장되는 하루 1만보보다 적더라도 신체 활동량을 늘리면 건강에 좋다는 것을 뒷받침한다”며 “의사들은 고혈압 환자에게 신체활동을 표준치료로 장려해야 하고, 더 높은 강도의 걷기를 권고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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