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 30cm 남짓한 이 작은 패널화에는 벽에 고정된 먹이통 위에 앉은 금방울새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발에는 가느다란 사슬이 묶여 있고 배경에는 어떤 장식도 서사도 없다. 단순한 화면인데도 놀라울 만큼 생생하다. 실제 새가 벽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트롱프뢰유’, 즉 눈속임 회화 기법 덕분이다. 파브리티위스는 렘브란트의 제자였지만 스승의 극적인 명암법에 머물지 않았다. 화면 가득 밝은 빛과 공기를 불어넣는 자신만의 회화 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촉망받는 젊은 재능이었지만, 폭발 사고는 그의 삶과 가능성을 너무 이른 나이에 멈추게 했다. 오늘날 전해지는 작품도 10점 남짓에 불과하다.
당시 유럽에서 금방울새는 맑은 울음소리로 사랑받는 애완조였다. 건강과 행운의 상징이었고, 르네상스 회화에서는 예수의 수난과 구원을 암시하는 새로도 자주 등장했다. 그래서일까. 잿더미 속에서도 살아남은 이 그림은 수난의 시간을 지나온 희망의 표상처럼 보인다. 거대한 역사의 파도를 견뎌낸 가장 연약한 존재의 기록이기도 하다.
강해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살아남았기에 강한 것이다. 폐허 속에서 남아 있던 작은 새 한 마리는 우리에게 나지막이 속삭이는 듯하다. 크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끝까지 남아 있는 것에는 저마다의 이유와 힘이 있다고. 긴 시간을 견디며 살아남은 존재는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강한 존재라고.이은화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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