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생존기간 4년 넘어서…표적·화학 항암제 '병용전략' 환자 선택권 넓혔다"

1 month ago 12

폐암 환자의 생존 기간이 4년을 넘어섰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표적항암제와 화학항암제를 함께 쓰는 ‘병용 전략’이 기존 치료의 한계를 넓힌 것이다. 학계에서는 아직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정답은 아니라고 평가하면서도, 환자의 치료 선택권을 넓혔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지난달 6~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폐암학회(WCLC)에서 공개된 ‘플라우라2’(FLAURA2) 임상 3상 결과가 그 주인공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자사의 블록버스터 표적항암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에 화학항암제(펨메트렉시드·백금제제)를 병용해, 다른 치료를 받지 않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시험했다.

결과는 눈에 띄었다. 병용군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OS)이 47.5개월, 약 4년에 달한 것이다. 타그리소 단독군과 비교했을 때 사망 위험을 23% 낮췄고,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한 차이를 입증했다.(p=0.0202) 이번 임상결과가 의료 현장을 어떻게 바꾸어놓을 수 있을지 파시 안느 하버드대 의대 교수(사진)에게 물었다.

"폐암 생존기간 4년 넘어서…표적·화학 항암제 '병용전략' 환자 선택권 넓혔다"

◇ “환자 맞춤형 선택 폭 넓어져”

안느 교수는 비소세포폐암의 원인으로 꼽히는 EGFR 변이 발견을 주도한 세계적 권위자다. 그는 “병용치료가 모든 환자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지만, 환자가 치료 전략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생존기간 데이터는 환자에게 반드시 설명해야 할 핵심 요소”라며 “부작용과 경제적 여건 등을 고려해 환자와 함께 최적의 전략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느 교수는 특히 병용 전략이 우선 고려돼야 할 환자군도 구체적으로 짚었다. 그는 “뇌 전이 환자는 병용요법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며 “대표 난치성 변이인 L858R 변이를 보유했거나 종양 크기가 큰 환자도 확실한 이득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엑손19 결손 변이 환자처럼 단독치료에도 잘 반응하는 경우, 전이 범위가 제한적이거나 고령·내약성이 떨어지는 환자에게는 단독요법이 여전히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 생존기간, 환자가 이해하는 가장 직관적 지표

폐암 환자가 치료법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이 치료를 받고 내가 얼마나 더 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재발까지 걸린 기간을 보는 무진행생존기간(PFS)이나 약물 반응률(ORR) 같은 전문 지표는 의학 지식이 없는 환자에겐 다소 추상적이다. 반면 생존기간(OS) 은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치다.

안느 교수는 “환자마다 치료 목표는 다르다. 어떤 환자는 생존 기간 자체를 최우선으로 두지만, 또 다른 환자는 병원 방문 횟수를 줄이고 남은 시간을 자유롭게 쓰는 것을 중시한다”며 맞춤형 접근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 남은 과제는 폐암 완치

표적항암제의 시대가 열리고 생존기간이 길어졌지만, 폐암은 여전히 완치가 어려운 암종으로 꼽힌다. 안느 교수는 “아직 누구도 폐암을 완치하지 못했다”며 “잔존 암세포 억제와 내성지연이 다음 과제”라고 강조했다. 초기 병용 전략으로 더 깊은 반응을 만들고, 치료 이후에도 잔존 암세포를 감시·제거하는 것이 장기 생존을 넘은 ‘완치’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다양한 병용 조합과 후속 임상이 진행 중이며, 그 축은 당분간 오시머티닙을 ‘백본(backbone)’으로 진화해 나갈 것”이라며 “환자 선별을 위한 바이오마커가 마련되면 ‘누구에게 어떤 병용이 최선인가’에 대한 답도 훨씬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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