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93개 회원국이 나와 있는 미국 뉴욕 맨해튼 유엔 본부는 글로벌 다자외교의 중심지이자 ‘글로벌 민심’의 풍향계와도 같은 곳이다. 그런 뉴욕 외교가에서 요즘 중국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는 말이 들린다. ‘남반구는 이미 중국에 마음이 다 넘어갔고, 이제 북반구도 거의 넘어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관세’부터 ‘주권’까지 실점한 미국
최근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인기는 중국이 특별히 뭘 잘해서는 아니다. 그보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교에서 무리수를 두며 중국을 저절로 높여줬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1년간 미국에 마음이 상한 나라들이 워낙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그래, 차라리 중국이 낫다’고 생각하는 회원국들이 크게 늘었다는 것.첫째, 관세가 그랬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핵심 정책으로 내놓은 상호관세는 우방과 적국을 가리지 않았다. 한국만 놓고 보더라도 나라 간 약속이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한낱 종잇장처럼 무색해졌고, 일방적으로 정해진 관세를 낮추기 위해 한국은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해야 했다. 그러고도 지난달 트럼프는 돌연 ‘투자 속도가 나지 않는다’며 관세를 다시 25%로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미국이 언제라도 ‘남’처럼 돌변할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최근 만난 통상 분야 로펌의 미국인 변호사는 “한국은 ‘어떻게 우리한테 이러나’ 싶겠지만 사실 그건 많은 다른 나라들도 똑같이 느끼는 감정”이라고 했다.
둘째, 대미 투자와 이민 정책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2023년 대미 투자 1위 국가에 오를 정도로 기업들이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했다. 하지만 ‘칩스법’ 등이 약속했던 보조금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 결국 크게 줄어드는 쪽으로 재정산됐다. 계산이 뒤바뀐 건 그렇다 쳐도 조지아주에 공장을 세우고 기술을 전수하러 간 한국 노동자 300여 명을 싹 잡아간 것은 모든 한국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셋째, 시장 압박과 주권 위협도 미국의 실점에 큰 역할을 했다. 한국의 경우 최근 쿠팡 사태는 미국 기업의 로비로 미국 정치인과 행정부가 한 나라를 얼마나 압박할 수 있는지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 등을 거론하며 한국이 18년간 지키려고 노력해 온 지도 데이터마저 확보했다. 이제 구글 등 미국 기업은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단위 면적당 디지털족이 많은 한국에서 수십조, 수백조 원 규모의 위치 기반 데이터 및 광고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그나마 ‘산업 주권’만 곤욕을 치르고 있지만 캐나다, 그린란드, 베네수엘라, 쿠바 등은 대놓고 ‘미국의 51번째 주’ 같은 소리를 들으며 주권을 위협받아 왔다.달라진 미국에 재편되는 국제 관계이란과의 전쟁이 한창인 요즘, 트럼프 대통령은 좀처럼 힘을 보태지 않는 동맹국들에 단단히 뿔이 난 듯하다. 각국은 자국민과 자국 군인의 안전, 법률상 어려움 등 여러 이유를 들어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깊은 기저에는 ‘과연 미국은 전과 같은 우리의 친구인가’라는 질문이 있을 것이다.
미국의 이란 공격 직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에 가장 많은 돈을 내는 미국을 향해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condemn in the strongest term)’는 표현을 써 유엔 안팎에서 화제가 됐다. 기껏해야 ‘깊이 우려한다(deeply concerned)’ 정도가 최대 수위였던 유엔에서 전례 없는 일이다. 달라진 미국을 보고 있는 세계는 이제 누구를 중심으로 어떻게 뭉칠 것인가. 한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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