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 지도자든 이런 징후들을 겪는다면, 통상 ‘레임덕(권력 누수)’ 진단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레임덕이 시작되면 권력의 중심은 서서히 현재에서 미래로 이동한다. 측근은 거리를 두기 시작하며, 정책 추진력은 들이는 노력에 비해 힘을 못 받는다. 정치권의 관심 역시 대통령의 행보가 아닌, ‘그 이후’를 책임질 누군가로 향하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러한 징후들을 최근 한꺼번에 맞닥뜨렸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1월 재집권한 그의 4년 임기는 반환점도 찍지 않았지만, 이미 ‘조기 레임덕’ 가능성이 공공연히 거론된다.
여기저기서 울리는 레임덕 신호통상 레임덕의 신호는 여러 축에서 동시에 울린다.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레임덕 논란은 미 연방대법원의 관세 판결이 불을 붙였다. 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어젠다인 관세 정책을 위법으로 판단해 해당 정책의 구조적 기반을 흔들었다.
다른 신호는 집권 공화당 내부의 균열이다. 당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에 대해 공개적인 불만을 드러내는 빈도가 늘었고, 입법 과정에서 속도 조절에 나서는 모습도 눈에 띈다. 대통령의 의중이 당내에서 일사불란하게 관철되지 않는 건, 그의 권력이 통제 가능한 지휘 체계로 작동하지 않는단 사실을 반영한다.
잇따른 선거 패배도 레임덕 논란을 부채질한다. 최근 공화당은 플로리다 주(州)의회 보궐선거에서 무릎을 꿇었다. 플로리다는 2016년 대선부터 공화당 후보가 3연속 승리한 곳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실 공화당은 이미 지난해 12월 플로리다주 최대 도시 마이애미의 시장 선거에서 졌고, 그에 앞서 뉴욕 시장, 버지니아 및 뉴저지 주지사 선거 등에서도 모조리 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고립주의’ 원칙을 깨고 무리수로 여겨진 이란과의 전면전을 택한 것도 결국 레임덕 위기감에 따른 초조함 때문일 수 있다.아직 견고한 마가… 레임덕 시기상조 반론도
반면 레임덕 주장이 시기상조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레임덕의 확실한 징후는 권력의 실질적 이탈이다. 하지만 여전히 공화당과 보수 진영의 시선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향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 ‘마가(MAGA)’의 결속도 아직은 견고하다. 전통적인 정치인들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은 제도권 정당이 아니다. 강력한 개인 팬덤에 뿌리를 둔다. 최근 CNN의 한 데이터 분석가는 NBC방송 조사 결과를 근거로, 스스로를 MAGA 공화당원이라고 규정한 응답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100%에 달했다고 전했다.
통상 레임덕에 빠진 지도자는 대체로 방어적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미국 안팎에서 자신이 의제를 선점해 공세적으로 밀어붙인다. 이란과의 전쟁 역시 레임덕에 대한 초조함이나 불안함 때문이 아닌, 오히려 강력한 리더십의 과시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있다.결국 레임덕 논쟁의 향배는 올 11월 중간선거 결과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이 선전한다면 대통령의 권력 기반이 재확인돼 당분간 레임덕 논란은 가라앉을 것이다. 반대로 참패한다면 ‘조기 레임덕’이 가시화될 것이다. 또 마가조차 자신들의 서사를 충족할 새로운 인물로 눈을 돌릴지 모른다.
신진우 워싱턴 특파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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