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소니·파나소닉 엇갈린 명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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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6.30 17:34 수정2025.06.30 17:34 지면A30

[특파원 칼럼] 소니·파나소닉 엇갈린 명운

지난 23일 일본 오사카 파나소닉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 분위기는 무거웠다. “구조개혁이 지연되고 있다”는 주주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파나소닉은 지난 5월 직원 1만 명 감원과 TV 등 저수익 사업 정리라는 개혁안을 내놨지만, 이후 주가는 더 떨어졌다. 개혁에 앞서 앞으로 무슨 사업을 할 것인지부터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구스미 유키 파나소닉 사장은 “개혁 착수가 늦었다”고 인정했다.

파나소닉의 오랜 라이벌인 소니는 훨훨 날고 있다. 소니 주가는 지난해 12월 2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15%가량 올랐다. 시가총액은 약 23조3000억엔으로 도쿄증시 3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시총 약 3조8000억엔으로 50위권인 파나소닉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변신한 소니·안주한 파나소닉

세계 일렉트릭 강자였던 소니와 파나소닉은 2008년만 해도 매출이 7조엔대로 비슷했다. 양사 모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사업은 TV 등 가전이었다. 소니는 그러나 2010년대 ‘탈일렉트릭’을 선언하고 게임, 음악,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했다. 지난해 매출은 13조엔 규모로 증가했고 영업이익의 60%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나왔다. 반면 파나소닉은 과거 성공에 안주했다. 지난해 매출은 8조엔대로 제자리걸음 했고 TV 등 가전사업 비중이 여전히 제일 크다.

소니, 파나소닉과 함께 ‘종합전자 8사’로 불린 히타치, 도시바도 명암이 엇갈렸다. 2008년 일본 제조업체 사상 최대 규모 적자(7873억엔)를 냈던 히타치는 부활에 성공했다. 과거 히타치의 상징이던 전선, 화성(化成), 금속 등 3대 사업은 모두 팔고 그린에너지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사업을 새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히타치의 지난 5년간 주가 상승률은 약 530%로 소니(약 152%)를 훌쩍 넘는다. 히타치의 라이벌이던 도시바는 2015년 ‘회계부정’ 발각 이후 아직 헤매고 있다. 2023년 자국 펀드인 일본산업파트너스(JIP)에 의한 인수 후 상장폐지, 지난해 최대 4000명 감원 계획 발표 등 변신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지만 구체적 성장 전략이 없다는 게 문제다.

변하지 않으면 생존 불가 시대

소니, 히타치의 공통점은 사업 구조 재편에 주저하지 않은 것이다. 과거 성공 경험을 버리고 새로운 사업에 경영 자원을 과감히 투입했다. 인수합병(M&A)을 적극 활용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소니는 5년간 약 50건에 달하는 인수 또는 출자를 실시했다. M&A는 조직에 자극도 준다. ‘가라앉는 거함’으로 불렸던 히타치는 해외 기업 인수를 지렛대로 변화를 가속하고 있다.

일본 기업은 그동안 오랜 관습과 조직 문화에 얽매인 낡은 존재로 여겨졌다. 일본 재계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한국 기업에 주목한 이유다. 그러나 최근엔 시선을 다른 데로 옮겼다. 중국 기업이다. 최근 만난 일본 기업인은 “요즘 중국 기업을 보면 과거 한국 기업의 모습이 보인다”며 “한국은 일본을 이겼다고 좋아할 시간에 중국의 추격을 걱정하는 것이 낫다”고 꼬집었다.

어떤 기업도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다. 현재 잘나가는 사업을 팔더라도 미래를 사야 한다는 게 일본 기업이 주는 교훈이다. 변화에 대한 의지와 이를 실행에 옮길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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