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 기조에 따라 통신 3사가 잇달아 요금제 대개편을 단행했다. 알뜰폰 업계는 요금 차별화 전략이 흔들리자 ‘월 10원’짜리 초저가 상품까지 꺼내 들었다.
KT는 다음달 1일부터 신규 가입 기준으로 기존 5G·LTE로 이원화됐던 요금 체계를 통합요금제로 전환한다. 105종에 달하던 기존 요금제는 신규 가입이 중단되고, 완전 무제한 데이터 중심의 ‘초이스’와 용량 선택형 ‘베이직’ 등 18종으로 간소화된다.
데이터 안심옵션(QoS)도 전 요금제로 확대 적용한다. 기본 데이터를 소진한 뒤에도 베이직 110GB는 최대 5Mbps, 14GB 이상 구간은 1Mbps, 10GB 이하 저가 구간은 400Kbps 속도로 데이터를 계속 쓸 수 있다.
LG유플러스도 기존 53종의 5G·LTE 요금제를 18종의 통합요금제로 재편했다. 월 2만8000원짜리 ‘데이터플랜 300MB’ 요금제에도 기본 데이터 소진 후 400Kbps 속도로 이용할 수 있는 QoS를 기본 탑재했다. SK텔레콤도 요금제 개편안을 내놨다. 다음달 2일 5G·LTE 통합 신규 요금제 ‘베스트·라이트’를 출시하고, 이에 1일부터는 기존 안심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던 LTE 요금제 107종에 ‘전 국민 안심 데이터’를 무료 적용한다.
통신 3사가 같은 방향으로 동시에 달린 배경엔 정부 정책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요금 인상 없이 모든 LTE·5G 요금제에 QoS를 포함하도록 통신 3사와 협의해왔다. 이를 통해 카카오톡이나 검색 등 ‘통신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개편으로 약 850만명이 연간 3800억원의 통신비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 개편은 단순한 요금제 정비를 넘어 소비자 이용 패턴에도 적잖은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데이터 초과 요금이 부담스러워 고가 무제한 요금제를 울며 겨자 먹기로 유지해 온 중저가 이용자들이 자신의 실사용량에 맞는 요금제로 갈아탈 유인이 생겼기 때문이다. QoS가 보장되는 이상 데이터가 끊길 걱정 없이 합리적인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어서다.
통신 3사의 저가 요금제 강화는 알뜰폰 시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전화 번호이동 현황에 따르면 알뜰폰은 올 1~3월 순증 흐름을 유지했지만 증가폭은 2만5588명, 1만6798명, 8320명으로 꾸준히 줄었다. 이후 4월 7353명 순감으로 돌아섰고, 5월에는 순감 규모가 1만1211명으로 확대됐다. 통신 3사가 2만원대 요금제와 데이터 안심옵션(QoS)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알뜰폰 이탈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알뜰폰 사업자들은 초저가 프로모션으로 대응하고 있다. 핀다이렉트는 월 10원에 5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티플러스도 월 10원대 5GB 요금제를 내놨다. 이야기모바일은 4개월간 월 80원에 1GB를 쓸 수 있는 상품을 선보였다.
시장의 무게중심이 5G로 이동하는 흐름도 알뜰폰엔 부담이다. 과기정통부의 ‘2026년 3월 말 기준 유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 및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LTE 가입자는 지난해 8월 약 1933만 명에서 올해 3월 약 1832만 명으로 약 101만 명 줄었다. 반면 5G 가입자는 같은 기간 약 3750만 명에서 약 3893만 명으로 약 143만 명 늘었다. 저렴한 LTE 요금제를 앞세워 가입자를 늘려온 알뜰폰으로선 경쟁 방식의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알뜰폰 사업자 상당수가 영세한 구조여서 새로운 경쟁 방식으로 전환할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 요금제에도 QoS가 붙으면서 가격만으로 소비자를 잡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며 “콘텐츠 제휴, 결합 상품 등 소비자가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혜택을 누가 더 촘촘히 갖추느냐가 향후 알뜰폰 시장의 판도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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