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도 끝도 인공지능(AI).’ 올해 세계 최대 통신기술 전시회 ‘MWC 2025’를 요약하면 이렇다. 글로벌 기업 대부분이 대표 신기술로 AI를 꺼내들었다.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주요 기업도 AI 기술 차별화 전략을 내보이는 데 집중했다.
지난 3~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5는 ‘융합, 연결, 창의’를 주제로 200여 개국, 2700여 개 기업이 참가했다. 이번 MWC에서 눈길을 끈 것은 중국이다. 중국에선 화웨이, 샤오미 등 총 344개 기업이 참가했다. 스페인(744개), 미국(443개)에 이어 세 번째로 참가 기업이 많았다. 한국 기업은 187개로 4위를 기록했다.
업계는 차세대 무선접속망(RAN)에 AI를 접목한 중국의 독자적인 AI-RAN(무선접속망) 기술을 주목했다. AI가 무선통신망을 제어하는 AI-RAN 기술은 미래 통신기술인 6세대(6G) 네트워크의 기초 인프라로 평가받는다.
중국은 이번 MWC에서 AI와 무선 네트워크를 결합한 차세대 통신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지난해 미국 빅테크 중심의 AI-RAN 동맹에서 배제된 지 1년 만이다. 중국 국유 통신기업인 차이나텔레콤은 기지국에 AI칩을 내장하는 ‘AI 네이티브 RAN’ 등 독자적 방식을 공개했다.
이 밖에 주요 통신·네트워크 장비 업체들도 AI 통신과 관련한 첨단 기술을 쏟아냈다. 세계 1위 통신장비 기업인 화웨이는 행사장인 피라 그란 비아 1관 전체를 자사 전시장으로 꾸미고 AI-WAN을 발표했다. AI-WAN은 국가 혹은 대륙 간 넓은 지역에 걸쳐 여러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광역통신망(WAN)에 AI를 결합한 기술이다. AI가 두뇌 역할을 하면서 라우터(인터넷에서 데이터를 목적지로 전달하는 장치)와 커넥션(라우터 간 연결 통로)을 관리한다. 드론 1만 대를 동시에 운용하는 등 수많은 장비가 무선통신망에 연결됐을 때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첨단 기술로 꼽힌다.
중국의 스마트폰 기술력도 관람객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화웨이 전시관은 세계 최초 트리폴드 스마트폰 ‘메이트 XT’를 보려는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두 개의 힌지를 통해 화면이 ‘Z’ 모양으로 접히고 화면을 모두 펼쳤을 때 두께가 3.6㎜인 제품이다. 중국 리얼미는 온도에 따라 색상이 바뀌는 스마트폰 ‘리얼미14 프로’ 시리즈를 선보였다.
국내 통신 3사 역시 AI 기술력을 중심으로 전시장을 꾸몄다. AI를 활용한 수익화 서비스를 중점적으로 내놨다. SK텔레콤은 ‘돈 버는 AI’를 내걸고 맞춤형 AI 데이터센터를 핵심 사업으로 제시했다. 기업 규모에 맞게 설계 및 건설부터 최적화까지 AI 데이터센터의 모든 것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화물 컨테이너 크기의 공간에 AI 인프라를 적용한 ‘모듈형 데이터센터’도 선보였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글로벌 빅테크와 100㎿급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라며 “이 사업을 향후 1GW로 확대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지역의 허브로 도약시키겠다”고 말했다.
KT는 업무를 돕는 AI 에이전트(비서) 4종을 선보였다. 기업이 보유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GPU 할당 에이전트, 제품 관련 업무 지식을 제공하는 지식 추천 에이전트, 탄소 배출량 변화를 분석해주는 탄소 공시 에이전트 등이다.
6G 통신 환경 에뮬레이터를 이용한 비지상 네트워크(NTN) 기술도 시연했다. 김영섭 KT 대표는 “앞으로 6G 이동통신을 위해 투자해야 할 곳이 많다”며 “한국어 데이터와 국내 제도, 규제 등을 학습시킨 한국적 AI와 안정성을 강화한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SPC)를 2분기 중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올해 처음으로 단독 전시관을 마련한 LG유플러스는 AI 에이전트 서비스 익시오(ixi-O)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난 3일엔 구글, 구글클라우드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익시오에 구글의 검색과 AI 기술을 접목하기로 했다. 중동의 대형 통신사인 자인그룹과는 익시오를 중동 지역에 출시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기업 간 거래(B2B) 영역에선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한다.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은 “2028년까지 3억달러(약 4350억원)의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정지은/최지희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