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가 폭탄일지 모르는 일상의 공포…영화 '라스트 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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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 후보…이윤 추구 자본주의 얼굴도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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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스트 마일'

[블루라벨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유통 업계 최대 행사 중 하나인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되기 전날 저녁 일본의 한 주택가에 굉음이 들리며 평온이 깨진다. 집에서 폭탄이 터진 것이다. 다음 날에는 회사에서, 다음에는 가게에서 폭탄이 연이어 터지며 일본 전역을 공포에 몰아넣는다. 폭탄의 공통점은 세계 최대 쇼핑 사이트 '데일리 패스트'(Daily Fast)에서 배송된 물건이라는 점이다.

쓰카하라 아유코 감독과 노기 아키코 각본가가 의기투합한 영화 '라스트 마일'은 의문의 연쇄 폭탄 테러에 맞서는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다.

폭탄이 택배로 운송돼 각지에서 폭발한다는 설정이 먼저 이목을 끈다. 일상적으로 받는 택배 물건이 폭탄일 수 있다는 공포감을 자아내는 것이다. 택배가 일상이 돼버린 우리나라 관객 입장에서 좀 더 몰입이 가능한 지점이기도 하다. 영화 제목 '라스트 마일'(last mile)은 물류 과정에서 고객에게 상품을 배송하는 마지막 단계를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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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스트 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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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폭탄을 둘러싼 서스펜스에서 범인을 찾는 추리극으로 옮아간다.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과정은 곳곳에서 암초를 만난다. 폭발을 방지하기 위해 배송을 멈춰달라는 요청은 매출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데일리 패스트의 저항에 부딪히고, 사건의 단서는 데일리 패스트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경찰로 전달되는 시점이 미뤄진다. 범인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는 과정이 곧 우리가 사는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 대면하는 과정이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자본주의의 맨얼굴이다. 가동률이라는 숫자로 표현되는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과로 노동, 대량 소비와 대량 생산에 기반을 둔 경제적 구조 등이다. 영화 속 광고들은 소비자들에게 계속해 '무엇을 원하느냐'(What do you want?)고 물으며 소비를 유도한다. 주문된 물건을 실어 나르는 물류센터의 레일은 목표 달성을 위해 쉼 없이 돌아가야 한다. 택배 노동자들은 밥 먹을 시간도 쪼개가며 물건을 배송한다. 우리 사회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떠올리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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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스트 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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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유머는 무거운 이야기를 보는 관객의 부담을 덜어준다. '데일리 패스트' 관동 센터장에 새로 부임한 후나도 엘레나(미쓰시마 히카리 역) 등 캐릭터들의 엉뚱한 면모가 완급 조절을 해준다. 영화가 아유코 감독과 아키코 각본가 '콤비'의 전작들인 드라마 '언내추럴'(2018), 'MIU404'(2020) 등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점도 흥미롭다. 드라마를 본 관객이라면 반가워할 배우 이시하라 사토미 등이 드라마 속 캐릭터로 영화에 등장한다.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시하면서 장르적 재미도 놓치지 않은 '라스트 마일'은 올해 열릴 제48회 일본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등 4개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오는 14일 시상식에서는 해당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놓고 겨룬다.

26일 개봉. 128분. 12세 이상 관람가.

encounter24@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3월13일 08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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