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오거스타의 바람은 조용했다. 매킬로이가 18홀 마지막 퍼트를 놓쳤을 때, 시간이 잠시 멈춘 듯했다. 프로라면 십중팔구 성공시킨다는 1.5m 거리. 넣으면 우승. 동시에 ‘커리어 그랜드슬램’도 손에 쥘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공은 홀컵 가장자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연장전으로 끌려가던 순간, 그의 눈빛은 흔들렸다. 아마 ‘또 이대로 무너지는 건가…’ 그런 불안감이 담겼을 것이다. 여러 번 그런 식으로 주저앉은 과거 기억이 떠올랐을지 모른다. ‘더 고난을 겪어야 진정한 영웅으로 태어나는 걸까….’ 하지만 그 절망감의 늪에서 그는 자신을 일으켜 세웠다. 수렁의 끝자락에서 걸어 나와 마침내 ‘녹색 재킷(마스터스 챔피언에게 입히는 옷)’을 두 어깨에 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