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키즈' 브리지먼 우상 앞에서 첫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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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콥 브리지먼(왼쪽)이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CC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시상식에서 자신의 우상인 타이거 우즈로부터 우승 트로피를 건네받은 뒤 환하게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제이콥 브리지먼(왼쪽)이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CC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시상식에서 자신의 우상인 타이거 우즈로부터 우승 트로피를 건네받은 뒤 환하게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너는 내가 평생 정복하지 못한 이곳에서 우승을 차지했구나. 나보다 하나 더 나은 기록을 갖게 된 걸 축하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건넨 이 짧은 한마디는 스물일곱 살의 신예 골퍼 제이콥 브리지먼(미국)에겐 400만달러(약 57억8000만원)의 우승상금보다 값진 훈장이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무려 15번이나 도전하고도 우즈가 끝내 정상의 자리를 허락받지 못했던 ‘리비에라의 요새’가 그를 동경하며 자란 ‘타이거 키즈’에게 기꺼이 품을 내주었다.

브리지먼은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CC(파71)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총상금 2000만달러)에서 최종합계 18언더파 266타로 정상에 섰다. 그는 이날 최종 4라운드에서 1오버파 72타로 다소 주춤하며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하며 공동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커트 키타야마(미국·이상 17언더파)를 한 타 차로 따돌리고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2022년 프로 전향 후 미국 대학 랭킹 2위 자격으로 2023년 콘페리(2부)투어에 입성한 브리지먼은 2024년 PGA투어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지난해 3월 코그니전트 클래식 준우승을 포함해 톱10에 5차례 이름을 올리며 페덱스컵 랭킹 27위로 투어 챔피언십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던 그는 이번 투어 통산 66번째 출전 대회 만에 우승하며 특급 신예의 탄생을 알렸다.

브리지먼은 골프계의 대표적인 타이거 키즈다. 7세 때 골프채를 처음 잡은 뒤 TV 속 우즈를 보며 꿈을 키운 소년은 클렘슨 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우즈의 기록을 이정표 삼아 성장했다. 대학 통산 5승, 60대 타수 50회 기록 등으로 ‘포스트 우즈’ 세대의 선두 주자로 떠오른 그는 2022년 졸업 당시 미국 대학 스포츠 명문 리그(ACC)에서 ‘올해의 골퍼’와 ‘올해의 학자-운동선수’를 동시 석권하며 실력과 지성을 입증했다.

수리과학 전공자인 브리지먼은 ‘필드 위의 수학자’다운 치밀한 전략으로 코스를 요리했다. 우승의 분수령이 된 3라운드 11번홀(파5). 208m를 남기고 7번 우드로 쏘아 올린 두 번째 샷은 높은 포물선을 그린 뒤 핀 20㎝ 옆에 멈춰 섰다. 중계석의 우즈조차 “나도 저렇게 치고 싶다”며 혀를 내둘렀을 만큼 정교한 계산이 빚어낸 샷이었다.

시상식에서 브리지먼은 마침내 우상의 손에 들린 트로피를 직접 건네받았다. 이번 대회 호스트인 우즈는 자신이 30여 년간 정복하지 못한 리비에라의 트로피를 타이거 키즈에게 전달한 뒤 뜨겁게 포옹했다. 브리지먼은 “우즈에게 트로피를 받는 것은 내 생애 가장 비현실적이고 멋진 일”이라며 “우상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한 타 한 타 완벽한 경기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나를 우승으로 이끌었다”고 밝혔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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